연합뉴스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외환 의혹 '정점'에 서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그간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실행에 관여한 군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도록 지시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 거부권을 사용했지만 주요 증거 확보와 법리 구성을 사실상 끝낸 특검은 혐의 입증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NLL서 북 공격 유도"…한 줄 메모가 불붙인 외환 수사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오후 6시 51분쯤까지 8시간 넘게 외환 의혹과 관련해 내란 특검팀의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재구속된 이후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북한을 도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쯤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 전반 등을 캐물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모든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특검팀은 외환 관련 수사를 기초부터 다져왔다.
외부의 적에 의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뜻하는 외환 의혹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한 줄에서 시작됐다. '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라는 문구는 당시 윤석열 정부가 일부러 북한의 반응을 끌어내 국가비상사태를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 선포 가능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노 전 사령관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북풍 의혹을 조사했지만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죄를 적용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특검법에 따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이어받은 후에야 외환죄 수사는 본격화됐다.
특검은 외환 의혹 수사 첫걸음으로 지난해 10월 우리 군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띄워 전단(삐라)을 살포한 사건에 주목했다. 당시 북한은 남측 무인기가 전단을 살포하다 추락했다고 발표했지만 군 당국은 무인기 소속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이에 특검은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월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를 무상 제공한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를 조사했다. 이후 드론작전사령부와 국군방첩사령부 등 24곳을 압수수색 하며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 대상에는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 등 당시 군 지휘부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김 전 사령관은 특검에 무인기 작전이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전"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무인기 내구성과 성능 자체가 기본적으로 떨어진다는 점 △무인기 비행 훈련을 진행할 당시 유엔군사령부로부터 권고문을 받았다는 점 등에서 '이례적인 작전'이라는 평가가 두드러졌다.
또 특검은 무인기 작전을 준비하던 초기부터 정상적인 지휘 체계가 아닌 대통령실의 직접 관여가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확보했다. 드론작전사 출신 한 장교는 'V 지시다'라는 명령과 함께 무인기 작전이 하달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 시절부터 작전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지휘권자인 김 전 의장은 배제됐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尹 침묵에도 특검 "조사 실익 있다…방어권 보장해"
문제는 윤 전 대통령에 외환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다. 외환죄 중 하나인 일반이적죄는 외국과 통모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실제로 무인기가 평양에 추락한 이후 북한은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지시하고,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 도로와 철도를 폭파했다. 합참은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대응사격을 실시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특검은 당시 우리의 전략자산과 무인기 부대, 비행경로 등의 군사 정보가 북측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서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진술 없이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평시작전권을 가진 군 통수권자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과 공모해 무인기 작전으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유도했다면 이는 군사상 이익을 해한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지영 내란특별검사보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진술을 거부해도 질문을 통해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조사 실익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소환 통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외에 제기된 외환 의혹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맞추는 수사도 이어갈 전망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요원이 몽골 현지에서 북측과 접촉해 무력 도발을 부탁하려 했다는 의혹, 아파치 헬기가 북방한계선(NLL)에서 근접 비행을 해 피격을 유도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