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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나쁜계집애'가 달릴 시간…"감정 좁아지길 원치 않았다"[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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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허정수 감독, 송원형 기획PD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허정수 감독(왼쪽), 송원형 기획PD. 플레이칸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허정수 감독(왼쪽), 송원형 기획PD. 플레이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하니, 악바리 하니, '달려라 하니'가 4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무려 첫 극장판이다. 그런데 '달려라 하니' 극장판이지만 주인공은 '나쁜계집애' 나애리다.
 
하니의 라이벌이자 '악역'으로 각인된 나애리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서로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가시 돋힌 말도 서슴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라이벌 나애리는 '악역'으로 기억되어야 했다.
 
40년 만에 트랙이 다시 트랙에 선 나애리는 누구보다 달리기를 사랑하지만, 왜 달려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하니의 뒤만 쫓아 달리고 있다. 극장판 제작진은 그런 나애리는 길 위로 내보냈다.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길 위에서 나애리는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더불어 누구보다 자신의 앞과 옆에서 달렸던 하니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나애리는 자신이 달리는 이유도 찾고, 하니와도 40년 만에 화해한다.
 
허정수 감독, 송원형 기획PD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지점이다. '악역' '나쁜계집애'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던 나애리의 진심과 라이벌 구도 속에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나애리와 하니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과연 어떻게 나애리를 앞세워 트랙이 아닌 길 위로 나가게 됐는지, 허 감독과 송 PD에게서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 

왜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은 하니가 아닌 나애리일까

 
▷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국민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40주년 기념작이자 첫 극장판이다.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을 것 같다.
 
송원형 기획PD(이하 송원형)>
너무 큰 IP(지식재산권)이다 보니 굉장한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부담과 상관없이 되게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지금 시대에 하니가 통할까 싶었지만, 드라마와 설정을 잘 보여주면 통하겠다고 생각했다.
 
허정수 감독(이하 허정수)> 솔직히 말해서 너무 큰 IP이기도 하고, 오래된 IP다 보니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콘셉트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 두 사람 모두 이야기했듯이 오래된 IP다. 40년이 지난 지금, 하니를 다시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송원형>
처음 하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되겠어?'라는 반응이 중평이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예전 이미지가 박혀 있어서 올드 IP는 잘 만들어봐야 본전이다. 그러나 나는 하니가 달리면 재밌을 것 같았다. '달려라 하니'가 가진 힘은 달리기가 아니라 드라마라고 봤다. 하니가 가진 드라마가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다시 데리고 오면 재밌을 거 같았다. 중요한 건 시나리오의 힘이고, 어떻게 세팅하고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그래서 나애리가 주인공으로 나온 거고, 애리와 하니가 도시를 달리게 된 거다.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 
허정수> 하니가 원래 갖고 있던 서사는 '엄마'와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서사가 무겁다. 그런데 애리의 관점에서 진행하면 둘 사이 우정이나 협동, 열정, 끈기 등 시대 불문하고 있어 온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거라 봤다. 그렇게 둘의 관계를 개선하는 이야기로 간다면 꽤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송원형> 그리고 '달려라 하니'로 하니의 모험이 끝났다. 그걸 다시 리메이크해서 새롭게 보여줄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할 것이야 했을 때 난 후속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인공을 하니로 하면 비슷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애리는 여전히 조연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설정이 많이 비어 있는 나애리를 가져와서 하니가 나애리의 이야기에 동참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니까 이야기가 되더라. 그래서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했다.
 
▷ '달려라 하니'의 하니와 나애리는 사실 1980년대 보기 드문 여성상을 보여줬다. 2025년에 재탄생하게 된 극장판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나애리와 하니의 달라진 모습이 있었을까?
 
송원형>
원작자인 이진주 선생님도 작품을 기획할 때, 그 당시 시대상에서 사회적으로 뚫고 올라가기 힘든 면이 있었는데 그런 걸 표현하려고 되게 노력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독자들이나 시청자들도 그런 게 보였기에 '달려라 하니'를 사랑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가치들을 그대로 끌고 와서 작품에 녹이려고 했다.
 
허정수> 기존 팬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바꾸는 게 너무 어려웠다. 과거 '달려라 하니'는 주인공들이 여자라 순정 만화로 분류됐는데, 내가 보기엔 소년만화 같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다. 여성이 나와서 진취적으로 하는 게 더 재밌더라. 더 어려운 걸 도전할 때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거 같다. 애리와 하니의 이야기를 현재로 가져오면서도 내가 맞다고 생각한 걸 했다.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 

거리로 나와 '소실점' 향해 달리는 나애리

 
▷ 극장판을 보면서 든 생각은 '분노의 질주' 달리기 버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파쿠르까지 등장하는 'S런'(Street run)을 이야기의 주요 무대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하다.
 
허정수>
S런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구상한 것이다. 1980년대 TV시리즈도 리얼함보다는 감정에 의존에 달린 측면이 크다. 지금 육상 트랙에서 달리면 리얼해져야 하는데, 리얼하게 가면 갈수록 하니와는 멀어졌다. 그래서 조금 더 볼거리도 되면서 친구들의 '분노의 질주'를 보여주려면 어떤 무대가 더 적합할까 고민했고, 그런 것의 결과물이 S런이다.
 
송원형> 실제로 트랙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는 리그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애리와 하니가 보여줄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가 좁아진다. 그걸 원치 않았다. 달리는 건 소재라고 생각했고, 방대하게 벌려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되게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볼거리도 있어야 했다. 그래서 '분노의 질주'와 같이 하니처럼 형식이 없는 친구가 거리를 누비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허정수> 실제로 '분노의 질주' 같은 작품을 생각하며 연출했다. 음악도 그렇고.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 
▷ 영화 시작부터 두근거리면서도 설레는 음악과 함께 시작해서 마지막 '소실점'까지 음악 구성이 완벽했다. 가사도 캐릭터와 영화의 이야기,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엔딩의 '소실점' 시퀀스는 음악부터 연출, 메시지까지 한 데 아우르기 위해 고생했을 것 같다.
 
송원형>
'소실점'은 제일 먼저 만든 곡이다. 처음에는 '소실점'이라는 게 진부하고, 요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와서 끝까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결국 나애리의 소실점인 하니와 일체화되어 끝나는 영화다. 그래서 '소실점'이란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인다. 보여. 나의 소실점"이라는 대사도 들어갔다.
 
허정수> 그 대사도 심지어 마지막 녹음할 때 추가한 대사다. 마지막 방점 찍는 대사가 더 필요한 거 같아서 추가했다.
 
송원형> 애니메이션은 비주얼로 압도하기 때문에 보통 음악은 오케스트라 붙는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에는 애초에 그런 음악이 안 맞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음악과 함께 장면들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하게 만들겠다는 고집이 있어서 음악을 8~9곡 개발하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스틸컷. NEW 제공 
▷ '마블'식 엔딩으로 끝나는데, 후속편에 대한 계획이 잡힌 게 있을까?
 
송원형> 
2편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2편은 애리와 하니가 전국 도시에서 뛰게 된다. 부산과 세종을 거쳐 다시 홍대로 오게 될 거다.
 
▷ 아직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작품만이 가진 매력을 알려달라.
 
허정수> 
이래저래 볼거리도 넣으면서 극장에서 심심하지 않게 보실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우정, 열정, 끈기, 협동 등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난 극장에 갈 때 제일 느끼고 싶은 것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도 즐겁게 보고, 또 즐거운 기분으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송원형> 
황현성 음악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극장에 친구 보러 간다고 생각하고 2시간 시간 내서 오면 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친구 보러 가는 것처럼 볼 수 있는 영화다. 친구 만나러 극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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