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대통령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이른바 '온도차'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겉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당 일각의 주장이 무색하게 겉으로도 결이 다른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진화에 나섰지만, 각종 개혁 작업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해 봉합이 잘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청래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들" 연일 강공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0일 "내란에 맞선 이번 개혁은 이전의 개혁과는 달라야 하며, 반격의 여지를 남겨두면 언제든 내란 세력은 되살아난다"고 밝혔다.
그는 "끝까지 책임을 묻고 저항에 굴하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며 지금이 딱 좋은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과 검찰청 폐지에 반대하는 검사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 등을 향해서는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들"이라며 거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휴 전 약속드린 대로 사법개혁안, 가짜 조작정보 근절 대책도 차질 없이 발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당·대 온도차 있다" 공개발언에 "카톡에서나 하라" 지적까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정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여권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분석과, 평소 정 대표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내용이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첫 당의 최고위원회 자리인 만큼 민생회복이나 명절 민심에 대한 부분을 강조할 수 있었지만, 대신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검찰 개혁에 보다 더 힘을 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언은 정 대표의 이른바 '강공 일변도'에 대한 적잖은 우려가 추석 연휴를 전후해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 6일 KBS 라디오를 통해 "중도 진영, 합리적 보수 진영에 계신 분 중에 '개혁하는 것은 좋은데 싸우 듯 하는 것은 불편하고 피곤하다'며 피로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시끄럽지 않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수술대 위로 살살 꼬셔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개혁의 방식이 현재 여당 지도부가 강조하고 있는 방식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우상호 정무수석,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고위급 만찬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속되고 있는 정 대표의 강경 행보에 우 정무수석은 속도와 온도 차가 존재함을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가끔 속도, 온도 차이가 날 때가 있지 않느냐"며 "저는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당이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대통령 생각과 조금 차이가 나면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제일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한민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정대가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하되. 밖으로 국민들께 알려주는 것은 '원 보이스'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온도 차 발언을 경계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당이 왜 이래', 이런 말은 카톡방에서나 하라"고 지적했다.
커진 우려에 "원보이스" 강조했지만…온도차 한동안 지속될 듯
이같은 온도차에 대한 우려와, 최근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 간 지지율 추이를 의식한 듯 진화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는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소통한다"며 "하루에 2~3차례씩 소통한다"고 거듭 소통을 강조했다.
정 대표도 직접 "당·정부·대통령실은 내란 청산과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팀, 원보이스로 국민이 '오케이'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하지만 보다 온건한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는 대통령실과,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원하는 여당 간 이견이 여전해 소통을 하는 것만으로 온도 차가 해소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조 대법원장 압박을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오던 정 대표가 하루아침에 태도를 변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이견이 드러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부와 여당 간 개혁의 속도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게 또 당연한 것 같다"며 "그것을 꼭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 같은 경우에는 개혁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를 다시 치르려 하지 않겠나. 그러면 어떻게든 지방선거를 이겨야 되고, 지금처럼 하는 것이 당원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변에 당을 홍보하고, 이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는 아무래도 투표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지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 정 대표는 나름의 판단 하에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