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 동쪽 투득시(Thu Duc City)에 한창 건설 중인 동남아 최대 하수처리장. 호찌민=강민정 기자"도시의 숨결이 하수관을 따라 흐른다."베트남 호찌민 동쪽 투득시(Thu Duc City)의 한 공사 현장, 뙤약볕 아래 거대한 원형 탱크들이 도시를 굽어보고 있었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와 기획재경위원회 의원단이 지난달 찾은 곳은 '니에우록-티응에(Nhieu Loc–Thi Nghe) 하수처리장'.
지금은 콘크리트 구조물뿐이지만, 완공 후엔 하루 110만㎥의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동남아 최대 하수처리시설로 변모한다.
의원단은 곧 착공을 앞둔 부산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염두에 두고 현장을 찾았다.'환경이 곧 도시의 경쟁력'임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악취 없는 하수처리장, 도시의 품격을 바꾸다"
동남아 최대 하수처리장을 방문한 부산시의회 의원단. 시의회 제공니에우록-티응에 하수처리장은 호찌민시 환경위생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의 핵심이다.
총사업비 4억5천만 달러(한화 약 6천억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인프라로,세계은행(W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공동 지원하며, 프랑스의 뱅시(Vinci Construction)와 스페인의 악시오나 아과(Acciona Agua)가 시공을 맡았다.
현장 브리핑에 나선 프랑스 설계진은 "이곳은 단순한 하수처리장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시키는 인프라"라며
"MBBR(이동식 담체 생물막 반응조) 공법을 적용해 유기물과 질소를 90% 이상 제거하고,황화수소(H₂S) 배출은 0.03ppm 이하로 억제해 악취가 사실상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1만5천㎡ 규모 태양광 패널이 전력의 8%를 담당하고,슬러지는 바이오가스화 과정을 통해 전력으로 재활용돼 전체 에너지의 23%를 절감한다"며,"SCADA(중앙 통합제어시스템)을 통해 펌프·폭기조·슬러지처리 전 과정을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부산형 친환경 하수처리장, 시민의 공간으로"
동남아 최대 시설인 베트남 하수처리장을 설계한 프랑스 설계진의 설명을 듣고 있는 부산시의회 의원단. 호찌민=강민정 기자의원단은 거대한 탱크와 배관이 이어진 현장을 둘러보며 부산 수영하수처리장의 방향을 구상했다.
윤태한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호찌민은 하수를 오염원이 아니라 자원으로 본다"며"부산도 수영하수처리장을 단순한 처리시설이 아닌 시민 친화형 환경공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달 부위원장은 "하수 슬러지를 에너지로 바꾸는 구조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부산도 재생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저감형 처리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 민자심의를 통과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사업비 약 5900억 원, 2026년 착공·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지하에는 하수처리시설을, 지상에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잔디광장·전망카페를 조성하는'도심형 환경 인프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녹지의 힘, 도심 경쟁력의 시작"
의원단은 또 호찌민 도심의 대표 녹지인 따오단(Tao Dan) 공원을 방문했다.
베트남 호찌민 따오단 공원. 호찌민 곳곳에서 나무가 울창한 도심공원을 만날 수 있다. 호찌민=강민정 기자 이 공원은 100년 넘은 거목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출근길 오토바이 물결 사이에서도 푸른 그늘을 지켜낸 공간이다.탄소 배출이 많은 교통 중심 도시에 이런 녹지를 남겨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의회 복지환경위 소속 이종환 부의장은 "호찌민처럼 급속히 개발 중인 도시가 이런 대규모 녹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탄소 저감을 위한 도시 전략이자, 환경이 경쟁력이 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문영미 의원은 "도시가 커질수록 나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호받는 구조였다"며"녹지 공간이 부족한 부산으로서는 부러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공원 한켠에서는 시민들이 아침 체조를 하고, 주말이면 새를 들고 나와 교류하는 '버드클럽'이 모였다.
박희용 의원은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문화 기반이었다"며 "부산시민공원 등 부산 도신 공원도 이렇게 생활 속 녹지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의 혈관을 살리자"…인민의회와 협력 논의
베트남 호찌민 인민의회를 만나고 있는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와 기획재경위 의원단. 호찌민=강민정 기자
부산시의회 의원단은 호찌민 인민의회도 찾아 하수처리와 도시 환경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민의회 관계자는 "호찌민도 급속한 도시화로 하수와 폐기물 관리가 시급한 과제"라며"부산의 선진적인 도시 인프라 관리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을 나서며 이종진 의원 은 기자에게"하수처리장은 도시의 혈관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멈추면 도시가 병든다"며"이번 수영하수처리장 현대화를 계기로 부산의 도시환경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 인민의회를 만나고 있는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와 기획재경위 의원단. 호찌민=강민정 기자이번 출장에는 윤태한 복지환경위원장, 이종환 시의회 부의장, 성현달 부위원장, 문영미·박희용·이종진 의원,서국보 기획재경위 의원이 함께했고, 복지환경위 김정대 팀장, 이주영·박성호 주무관이 동행했다.
하수처리장 위에서 본 호찌민의 미래는 '기술의 진보'보다 '환경의 철학'이었다.
도심의 녹지와 하수의 순환이 함께 흐르는 도시, 그곳에서 의원단은 부산의 내일을 그렸다.
환경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메시지, 그 해답은 이미 현장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