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왼쪽), 한학자 통일교 총재. 연합뉴스·YTN 영상 캡처김건희와 한학자(통일교 총재), 이봉관(서희건설 회장)까지.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주요 피의자 상당수가 휠체어 신세를 졌다. 한 총재와 이 회장은 특검·법정 출석 길에, 김씨는 병원에서 각각 휠체어에 앉은 모습을 연출했다. 법조계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 수사를 피하거나 향후 소환 일정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계산이 깔린 전략적 행동으로 해석한다.
특검 수사가 임박한 지난 6월 27일, 김씨는 서울아산병원에 긴급 입원했다. 그날 김씨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퇴원했다. 그 휠체어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밀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일 휠체어에 앉아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한 총재 역시 지난달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그보다 닷새 전 특검 조사 때는 종료 후 귀갓길에 휠체어를 이용했다.
고령 피의자 특성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의료 지원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휠체어 출석이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을 대비한 일종의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 유력 인사가 피의자일 경우 당사자 건강 악화를 강조하면서 구속 수사 필요성을 깎아내리는 변론 전략을 펴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김씨는 병원 진료 후 특검 조사를 앞두고 자신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각 혐의별 분리 조사 △조사 일정 사이 사나흘 휴식 보장 등 특혜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여러 조건을 특검에 요청했다.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이 회장은 오전 조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가 오후 조사 때 혈압 등 문제를 호소하며 조서 열람도 하지 않고 퇴실했다. 한 총재는 세 차례나 특검의 소환에 불응하다 자진 출석했다.
법률사무소 정 정지웅 변호사는 "과거 재벌 회장이나 정치인도 영장 심사나 검찰 출두 과정에서 휠체어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건강 문제를 전면에 세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낮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전형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관심을 받는 사건은 일반 사건에 비해 수사 강도가 높아 피의자들이 실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라면서도 "동정 여론을 얻거나 구속되더라도 향후 병보석을 노리는 효과가 있어 반복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한 총재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 피의자가 자신의 구속이 적법한지, 또는 계속 구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다시 심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이른바 '휠체어 출석'이 향후 수사 일정을 피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오기 위한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률사무소 창덕 이창민 변호사는 "동정심 유발뿐 아니라 수사 일정을 늦추는 명분으로 활용된다"며 "공범의 구속 여부 다른 관계인 진술을 확인할 시간을 벌고 유리한 방어 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