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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건희 띄우려다…국보급 유물 '환수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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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물꼬 텄다" 홍보하더니…고려 사리구 못 돌아오나

정작 미국 측은 반환 아닌 대여조차 난색
도저히 수용 어려운 조건 내건 것으로 드러나
"美에 도덕적·법적 소유권 있다고 공식 선언하라"
국가유산청 거부하며 대여 재차 요구…美 무응답

지난 2023년 4월 29일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김건희씨가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23년 4월 29일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김건희씨가 보스턴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미국 방문 이후 국가유산청이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고려시대 유물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의 국내 환수가 실제로는 무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급 유물로 꼽히는 해당 사리구는 일제강점기 때 유출돼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리구를 소장한 미국의 박물관이 반환은커녕 대여조차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애초 협상 결과가 불확실한 문제를 놓고 국가유산청이 김건희씨 치적만 과하게 홍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CBS노컷뉴스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이 확보한 미국 보스턴미술관과 국가유산청 간 서신을 보면 보스턴미술관은 지난해 10월 11일 "우리가 사리구에 대해 도덕적, 법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측이 공식 표명하지 않는다면 대여는 고려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유물로 불리는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유출돼 미국까지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스턴미술관 측이 자신의 소유권을 한국 정부가 공식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반환은커녕 대여조차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제시된 상황이다.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지난해 10월 11일 국가유산청에 보낸 서신의 일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 제공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지난해 10월 11일 국가유산청에 보낸 서신의 일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 제공
구체적으로 보스턴미술관은 "유물이 약탈이나 도난당하거나 강제로 판매됐다는 증거가 없다. 따라서 보스턴미술관이 해당 물건에 대해 도덕적,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There is no indication that reliquary was ever looted, stolen, or forcibly sold, and therefore the MFA has moral and legal title to the object)"며 "국가유산청 등의 공개적인 지지 없이는 현재로서는 유물을 대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없다(Without a public endorsement from the KHS and other prospective partners we can not reasonably consider lending the reliquary at this time)"고 썼다.

이 사리구 반환 문제를 두고선 국가유산청이 김건희씨 홍보에 몰두하면서 일을 그르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애초에는 대여가 아닌 반환을 조건으로 지난 2009년부터 불교계에서 보스턴미술관과 협상을 벌여왔다. 한국에선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가, 북한에선 조선불교도연맹중앙위원회가 반환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원칙은 사리와 사리구의 동시 반환이었다. 그동안 역대 정부도 이 원칙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김건희씨가 지난 2023년 4월 보스턴미술관을 찾아 협상 재개를 요청한 뒤, 사리는 국내로 돌아왔지만 사리구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알고 보니 사리구는 반환이 아닌 대여를 조건으로 협상했던 것.

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국가유산청이 '사리 반환을 성사시킨 김건희 여사'라는 이미지를 띄워주기에 급급해 사리구 반환 포기를 공식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보스턴미술관이 사리구 반환이 아닌 대여를 두고도 자신들의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무리한 조건까지 내건 사실이 보스턴미술관 서신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문화재청 제공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문화재청 제공
취재 결과, 국가유산청은 보스턴미술관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2월 5일 "보스턴미술관이 사리구를 적법하게 소유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사리구의) 출처가 완전무결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여서 여러 역효과를 초래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신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상호교류 전시를 위해 협력하자"고 재차 대여를 요청했지만 보스턴미술관의 답변은 없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3월 25일 재차 서신을 보내 요청했지만 보스턴미술관은 대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기헌 의원은 "이번 사태는 '김건희 여사 띄우기'라는 정치적 포장에 매몰돼 문화유산의 가치와 원칙을 저버린 정권 차원의 실책"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보급 유물을 단순 '전시용품'으로 취급하며 협상을 끌어온 국가유산청의 안일한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며 "사리구 반환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협상 전략을 즉각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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