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최근 몇 년간 명절 기간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예매 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과 암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각 운영사의 명절 기간 단속이 강화되면서 단속 건수도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시 단속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암표 2022년 0건→2025년 255건…'암표 제보방' 등 효과
3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KTX 운영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 운영사 SR(에스알)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최근 3년간 명절 기간 단속한 암표거래 의심 건수는 △2022년 0건 △2023년 18건 △2024년 119건 △2025년(1~9월) 255건으로 급증했다. 코레일과 에스알은 해당 사건을 모두 경찰과 국토교통부에 수사의뢰했다.
구체적으로, 코레일은 △2022년 0건 △2023년 11건 △2024년 109건 △2025년(~추석 기간) 73건을 경찰과 국토교통부에 수사의뢰했다. 또 에스알은 △2022년 0건 △2023년 7건 △2024년 10건 △2025년(~설 기간) 182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에스알은 이번 추석 기간 단속한 사례를 10월 중 추가로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최근 KTX 운영사 코레일과 SRT 운영사 에스알은 홈페이지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추석 명절 기간 암표 거래를 집중단속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온라인 캡처
암표 단속 건수가 늘어난 것은 실제로 암표 거래가 늘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운영사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된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온라인 홈페이지와 코레일톡 애플리케이션에 '암표 제보방'을 만들어 의심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암표 제보방 접수 건수도 △2023년 25건 △2024년 79건 △2025년(1~7월) 130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암표 제보방 덕분에 2024년부터 의심 사례 확인과 수사의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코레일과 에스알은 최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들에 기차 승차권을 거래금지 품목으로 등록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에 각 중고거래 플랫폼은 관련 공지사항을 올리고, 암표 의심 게시글을 자체적으로 삭제하고 있다. 실제로 전날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에 웃돈을 받고 추석 명절 기차표를 판매하는 게시물은 1개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도 지난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크로 이용 온라인 암표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승차권 재판매와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판매 등 불법 암표 판매 과정을 전반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매크로 단속 5년 새 81건→53만 건…"지속 가능 단속해야"

아울러 최근 5년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건수도 급증했다. 코레일과 에스알이 차단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건수는 △2020년 81건 △2021년 65건 △2022년 9076건 △2023년 15만 9356건 △2024년 21만 2729건 △2025년(1~8월) 54만 9032건이다. 현재 추석 명절 기간 집계가 끝나면 올해 수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코레일은 지난 2023년부터 1분에 100회 이상 접속하는 경우 등 매크로 사용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자동으로 접속을 차단하도록 해 왔다. 2022년까지는 따로 단속이 있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3년 15만 1559건 △2024년 18만 7777건 △2025년(1~8월) 53만 4059건 단속했다.
에스알은 △2020년 81건 △2021년 65건 △2022년 9076건 △2023년 7797건 △2024년 2만 5962건 △2025년(1~8월) 1만 4973건을 차단했다. 차단 기준은 명절 기간에는 1분에 150회 이상 접속, 평상시에는 5분 이내 500회 이상 접속이다. 코레일보다는 단속 기준이 낮아 단속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에스알은 단속 결과에 따라 지난 2월 설 명절 예매기간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9명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 중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020년 설 명절에 웃돈을 받고 SRT 승차권을 부당하게 판매한 암표상은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은 매크로를 이용해 기차 승차권 등을 예매할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철저히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암표와 매크로 사용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상식에 따른 사회적 기초질서가 와해됐고, 매크로 성능과 관련 정보가 많아지면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던 범죄들이 (최근 강화된) 단속 시도와 노력으로 발각되기 시작하면서 범죄 건수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기초질서가 유지돼야 다른 사회적 질서도 유지되기 때문에, 관계 기관들이 지금처럼 감시와 처벌 등을 통해 반사회적 행위들에 대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며 "기초질서의 상시적인 확보를 위해 명절 이동 때에만 한시적으로 하는 '반짝 규제'와 '반짝 관심'보다는 지속 가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