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소방대원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일부 마비된 가운데, 이미 3년 전 '카카오 대란'을 겪고도 정부가 데이터센터 화재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쯤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해 약 9시간 50분 만에 꺼졌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UPS 배터리는 전산 시스템에 단절 없이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이 불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추며 주요 행정서비스와 인터넷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등이 중단돼 큰 혼란이 빚어졌다.
3년 전 '카카오 대란'과 판박이…'이중화 문제' 지적 있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2차 합동 감식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 성남=황진환 기자이번 사태는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된 '카카오 대란'과 닮았다. 당시에도 UPS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2022년 10월 15일 오후 3시 22분 시작된 불은 데이터센터 전원을 차단했고, 카카오톡·다음·카카오T맵·카카오페이·멜론 등 서비스가 연쇄적으로 장애를 일으켰다. 이후 UPS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이 부각됐고, 카카오 측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카카오 대란 직후에는 정부의 데이터센터 화재 대응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 부처 디지털 정보가 같은 건물 내 다른 층에만 백업돼 있어 재난 발생 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당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이중화가 돼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따로 둬야한다는 의미인데 이중화 자체가 잘못돼 있다. 1~4등급으로 나눴는데 하나라도 날아가면 큰일난다"고 지적했다.
"이원화 재난 복구 계획 필요…1~2시간 안에 복구돼야"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오른쪽 첫번째)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국정자원은 관련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백업되고 있어서 대전 본원에 문제가 발생해도 카카오 대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강동석 당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홈택스, 국가종합전자조달 등 핵심 시스템은 대전과 광주 센터에서 실시간 상호 백업한다"며 "재해 발생 시 실시간 자료를 활용해 3시간 이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미비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는 진화 후 온라인 서비스 조기 복구를 약속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진화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더구나 전산실 내부 열기로 인해 복구 작업 착수조차 늦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는 데이터센터 이원화가 미비했던 3년 전 '카카오 대란' 과 유사하다"며 "국정자원이 여러 지역 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분산 관리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본원에 문제가 생기면 광주·대구 등으로 전환해 정상 가동되도록 하는 재난 복구 계획이 필요하다"며 "사고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 1~2시간 안에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