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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에 무한 노출, 학업 방해"…카톡 업데이트에 학부모들의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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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신설 '지금' 탭은 "앱 사용 시간 늘리는 무기"
학부모 "온ㆍ오프기능도 없어, 무분별한 숏폼 노출" 우려
전문가 "과도한 숏폼 노출은 집중력ㆍ정서에 악영향" 경고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카카오톡 개편 발표. 연합뉴스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카카오톡 개편 발표. 연합뉴스 
국민 메신저로 불려온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내놓으며 '숏폼 콘텐츠'를 새로 도입했지만 이를 접한 학부모들의 한숨 소리는 커지고 있다.

자녀와 소통하는 창구였던 카톡의 개편으로, 아이들이 단순히 연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숏폼 영상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숏폼 페이지를 임의로 제거할 수도 없는 구조 탓에 장시간 미디어 노출로 인한 학습 및 집중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변화는 프로필 영역의 게시물화와 숏폼 콘텐츠 도입이다. 카카오톡은 기존의 친구 목록화 기능을 없애고, 사용자가 올린 사진과 영상이 친구ㆍ프로필 영역에 게시물 형태로 표시되도록 했다. 또한 '오픈채팅' 탭을 '지금' 탭으로 바꾸어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숏폼 콘텐츠를 무기로 사용자의 앱 사용 시간을 늘리고, 유튜브ㆍ인스타그램 등 경쟁 플랫폼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가 연락을 확인하려다 숏폼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될까 걱정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배모 씨는 평소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상을 보는 아이에게 일정 시간을 정해 SNS에 접속하도록 관리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와 연락하는 메신저에도 숏폼 영상이 뜨면 앞으로 아이의 과한 영상 시청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숏폼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무한정 넘기며 몇 시간이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탭 안에 숏폼의 온ㆍ오프기능도 없다며, 아이가 단순히 연락을 확인하거나 학교 안내사항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숏폼 무한 굴레에 빠질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숏폼을 바로 끌 수 있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지만 법정대리인이 고객센터를 통해 본인과 자녀 폰을 인증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숏폼에 대한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호조치는 시작일로부터 1년간 적용되며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간단하게 온ㆍ오프 기능을 추가하면 될 일이라고 말한다. 앱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들은 자동 업데이트 기능도 못 꺼서 강제 업데이트가 됐다며 "숏폼 시청 제한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것은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과도한 숏폼 노출이 집중력 저하나 정보 수용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언론사를 통해 "집중력을 오래 유지할 필요가 없는 숏폼에 청소년이 자주 노출되는 것이 학습과 다른 생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임연구위원은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숏폼 영상들이 많은데 학생들이 이런 영상에 자주 노출되면, 사회학습 모방효과로 그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며 강한 자극의 지속적 노출을 우려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A씨는 요즘 학생들이 숏폼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긴 영상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내용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 스스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사용을 자제하지만, 카카오톡은 공적인 연락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락을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자연스럽게 숏폼에 노출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인인 자신도 무심코 숏츠에 들어갔다가 계속 보게 되는데, 학생들은 더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매체를 통해 "숏폼 콘텐츠 중독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며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즉각적인 자극만을 추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시간의 자극적 콘텐츠 노출이 우울증, 불안, ADHD 등 정신건강 악화 위험을 높이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수동적 집중력이 높아져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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