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혁신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계가 '실패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제2의 의정 갈등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올해 안에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을 위해 새로운 법 제정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설립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예산에 공공의대 설계비가 반영돼 있다"며 "대학 설립과 준비에 3~5년 정도가 걸리지만 정책 추진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 출범 준비…"의료혁신 속도"
이재명 정부는 의료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로 '지필공'(지역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공공의료 강화)을 내세우며 △지역의사제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의대 없는 지역 국립의대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공공의료사관학교는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를 의미하며, 지역의사제는 별도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해당 지역에서 필수의료 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 출범을 준비하며 의료정책 논의 구조 개편에도 나섰다. 이는 전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보다 참여 폭을 넓혀 의료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논의를 강화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여당과 복지부, 대통령실도 이달 안에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특별법 △지역의사 양성법 처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필수의료 강화 특별법은 의결했으나, 지역의사제 법안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환자 수 적은 지역에 의사? 지속가능성 떨어져"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모두 실효성이 낮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장학금 지원을 조건으로 10년간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지역의사제는 기존 공중보건장학제도처럼 지원 미달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역 의료현장의 우려도 비슷하다.
한 의대 교수는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근무 여건도 있지만, 환자 수 자체가 적다는 점이 크다"며 "서울에서는 심장 수술을 일주일에 5번 하지만, 지역에서는 보름에 한 번 하는 수준이라 경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환자들도 더 숙련된 의사를 찾아 대형병원으로 이동하게 돼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도 "필수의료와 지역 근무에 성적이 낮은 의사만 남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학생들의 자발적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의무를 부과하기 보다 지역 병원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