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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색깔이 곧 신분?…광주 시내버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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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지선은 비정규직, 노란 간선은 정규직
소비쿠폰 색상 차별 이어 버스 색상 논란까지
'편의를 위한 색상 체계'가 차별 도구로 변질

시내버스 차고지. 한아름 기자시내버스 차고지. 한아름 기자
광주 시내버스 비정규직 운전원들이 녹색 지선버스를 사실상 전담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한 배차 문제를 넘어 '색깔로 신분을 구분한다'는 비판과 함께 민생회복 소비쿠폰 색상 논란에 이어 또다시 광주시의 인권 감수성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녹색=비정규직, 노란색=정규직…색깔이 곧 신분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시내버스는 빨간색 급행, 노란색 간선, 초록색 지선, 그리고 마을버스로 구분된다. 그러나 빨간색과 노란색 버스는 정규직이 운행하지만, 초록색 지선버스는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운전원들의 몫으로 굳어져 왔다. 이에 따라 색상 체계가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차별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8월 기준 광주 시내버스 운전원은 모두 2386명이다. 정규직은 1587명, 비정규직은 799명이다.

비정규직 운전원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정규직으로 시내버스를 운행하다 정년을 맞아 촉탁계약직으로 고용된 경우와, 신입 운전원으로 고용돼 수습계약직으로 고용되는 경우다.

정규직은 주로 간선버스를 맡아 오전·오후 교대제로 근무하지만, 비정규직은 하루 16시간 이상 현장을 누비며 격일제로 일하고 있다.

간선버스는 도심과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중심 노선이고, 지선버스는 외곽 지역을 오가며 간선버스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규직이 맡는 간선버스는 2교대제로 운영돼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반면, 지선버스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 격차도 크다. 8년 차 정규직 운전원의 월평균 임금은 450여만 원이지만, 비정규직은 최저임금 수준에 장시간 노동을 더한 보수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 운전원들은 "새벽 3시 반에 나와 밤 10시에야 퇴근한다", "하루를 일하면 다음 날은 시체처럼 누워 지낸다"고 토로한다. 정규직으로 30년을 일하다 정년 후 비정규직으로 돌아온 한 운전원은 "비참하지만 이렇게라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외곽지역까지 일반 운전원들을 보내면 운영비가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며 "인건비 절감과 효율적인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지선에 계약직 운전원들을 보낸다"고 해명했다.

시민·노동자 함께 하는 사회적 해법 필요

시민들은 "버스 색상은 노선을 알기 위한 구분일 뿐인데, 운전원 신분 구분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임금 격차 해소와 근무조건 표준화 등 구조적 대책 없이는 차별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전진희 광주시 인권옴부즈맨은 "시민과 운전원, 예산 당국이 함께 논의하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가 민생 소비 쿠폰의 색깔 차별 논란으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에도 광주 시내버스는 여전히 색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눠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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