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세 번째 싱글 '어딕티드'를, 8월 '어딕티드'의 리믹스 버전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혜윤. 유니버설 뮤직 제공서울에서 안무가로 활동하던 20대 초반, 글로벌 팝 그룹 오디션에 참여했다. 잘 되면 로스앤젤레스(LA) 비행기를 공짜로 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런 '우연'은 스물한 해 동안 한국에서만 살았던 혜윤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 계기였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끈 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를 제작한 사이먼 풀러(Simon Fuller). 그가 제작하는 새로운 글로벌 팝 그룹의 일원이 됐다. 국적과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혼성 그룹이었다. 2019년 데뷔한 이래 싱글만 80장 넘게 냈고 월드 투어로 공연 경험을 쌓았다.
"1년에 10개월씩은 월드 투어를 돌다 보니 엄청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제 가치관도 너무 많이 발전해 지금의 제가 됐다"라면서도 언제나 집은 그리웠다. 멀리 있는 가족이 보고 싶었고, 그룹을 떠나 솔로를 할 때는 "제 뿌리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 왔고, 지난해 '피벗'(Pivot)으로 정식 솔로 데뷔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뮤직에서 싱어송라이터 혜윤을 만났다. 혜윤은 이날 인터뷰에서 신곡 '어딕티드'(Addicted)부터 그룹 나우 유나이티드(Now United) 시절 이야기와 솔로 활동, 한 명의 창작자로 하는 고민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혜윤은 올해 7월 '어딕티드'를 냈고, 8월에는 한국어, 알란(Alawn) 테크 하우스, 스페드 업, 슬로우드, 인스트루멘털까지 총 5가지 리믹스 버전 음원을 추가했다. 음악하는 많은 창작자가 그렇듯, 생각나는 것부터 꾼 꿈까지 휴대전화에 "항상 적어" 둔다는 혜윤은 '탐구'(explore)하는 시간을 거쳐 "상상력을 동원"해 '어딕티드'를 완성했다.
딥 하우스 베이스 팝 장르 '어딕티드'는 "누구나 듣기 쉽고 춤추기 쉬운" 곡으로 풀어냈다. 송 라이터, 프로듀서까지 셋이서 "마음 편히 장난치면서 두세 시간 만에" 만든 이 곡을 "보물처럼 지니고" 있다가 "여름에 잘 맞을 것 같아서" 7월과 8월에 선보였다. '혜윤의 다음 스텝(step)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중 세 번째 싱글로 발매했다.
혜윤은 서울에서 안무가로 활동하던 20대 초반 글로벌 그룹 오디션에 참가해 미국을 기반으로 '나우 유나이티드'라는 혼성 그룹으로 활동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솔로로 데뷔한 2024년은 혜윤에게 "트랜지션(transition)이 많은 해"였다. 생각도, 스트레스도 많아진 상황에서, '다 내려놓고 즐기고 싶다'라고 느꼈던 날 우연히 만든 곡이 '어딕티드'다. 그는 "인생의 밸런스를 맞춰가려고 하는데, (곡에도) 그런 무드가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평소 자각몽을 많이 꾸고 꿈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한다는 혜윤은 "너무 매혹적이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자는 사이에 (그들을) 중독시키고 멈추지 않고 춤을 추게 하는 크리처(괴물)"을 상상하며 노래의 뼈대를 잡았다. 이어 "리드미컬한 비트도 많이 중요했다"라며 "너무 재밌고 가볍게, 마음 편하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청자가 이렇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는 혜윤. 다만 '내가 (음악으로) 하고 싶은/느끼는 것이 무엇인가'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와닿는 것들이 팬들이나 듣는 사람들한테도 더 '퍼스널'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라고도 생각했다.
다양한 리믹스 음원을 낸 이유로는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 한국에서 솔로 활동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쉽게 소통하고 싶다는 점이었다. '이 노래 너무 좋아서 한국어 버전도 내요'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한 버전만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혜윤은 "매일 바뀌는 것 같다"라면서도 "오늘 좀 놀고 싶은 바이브라서 테크 하우스!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답했다.
가수 인생을 시작하게 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저 같은 케이스가 없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혜윤은 안무가로 활동하던 중 올린 영상을 보고 캐스팅됐고, 글로벌 오디션을 봐 나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아이돌 그룹을 목표로 한 것도 아닌데, 언어와 문화도 새로 익혀야 하는 '도전적인 상황'에 어떻게 적응했을까.
혜윤은 "영어를 아예 못 했었다. 서바이벌에 던져졌고, 적응의 동물이고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을 겪을지 알았다면 쉽게 도전 못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서 밥 하나 시켜 먹는 것도 너무 오래 걸렸다. 다 바디 랭귀지로 했다"라고 전했다.
혜윤은 본인의 뿌리가 있는 곳에서 솔로 활동을 하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파워 J'인 성향 때문에 "매일 고생"한 부분도 있다. '이때는 뭐 해야지' 하는 걸 계획하는 편인데, 일정은 자꾸만 새로 생겼다. 혜윤은 "다 불안이랑 관련이 있다. '내가 모르는 것'에 관한 불안"이라며 "카메라 리허설이 4시라더니 1시가 돼 있네, 이런 식이었다. 다양한 상황에 던져지고 울다 보니 받아들이는 힘이 늘어났다"라고 웃었다.
그래도 그룹 생활은 재미있었다. 혜윤은 "제가 있었던 팝그룹이 되게 특이했던 게 결국엔 '메시징'이 중요했다. 춤과 노래는 글로벌한 언어였고"라며 "정말 하나하나 다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었고, 그 안에 저희끼리 케미가 있었다. 정말 가족처럼 활동할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어린 시절 부끄러움이 많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남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수줍어했다는 혜윤은 어떻게 전 세계를 돌며 노래하고 춤추며 사람들 앞에 섰을까. 타고난 성격과 아티스트로서 요구되는 부분의 충돌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답을 찾았는지 궁금했다.
혜윤은 "과거의 저는 확실히 분리를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적응을 잘 못 했던 것 같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며 대중 앞에 서는 아티스트는 퇴근하면 내 삶이 있고 이런 게 아니더라. 매일 매 순간 일을 하고 있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 MBTI도 INFJ고 I(내향형)가 한 90%가 나온다. (저를) E(외향형)인 줄 아시는데, 당연히 사람과 연결을 좋아하지만 충전을 그만큼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집에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를 조절한다고 생각하면 저도 (이렇게 다른) 저 자신을 조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한국에 와서 활동한다고 했을 때 가장 기뻐한 건 역시 가족이었다. 혜윤은 "'인제는 구글 아니고 네이버에 (네 이름을) 칠 수 있네!' 하시더라. 예전엔 반대가 너무 심하셨다. 고생하는 걸 아니까 '진짜 될까?' 하고 걱정하셨다. 워낙 경쟁이 심하고 어려운 일이지 않나. 지금은 제가 너무 행복해하니까 그걸 받아들이시더라"라고 밝혔다.
혜윤은 내년 중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유니버설 뮤직 제공유니버설 뮤직과 함께하게 된 계기로는 "이(특정한) 회사를 가야겠다고 하는 건 없었다. 아티스트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라서"라며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했고, 해외와 국내 활동 두 개 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곳이고 제 비전과 맞았다. 아직 (계약) 1년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날마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혜윤은 '현재'에 집중하려고 애쓴다. 그는 "현재의 나로 생각해 보니까 지금 저는 제가 너무 해 보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거다. 여기까지 온 것도 저 자신을 믿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되게 완벽주의자라서 안 보이는 데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편인데, 이런 과정까지도 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혹시 창작자로서 '할 말'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은 없었을까. 혜윤은 "평생 죽을 때까지 생각하지 않을까. 모든 창작자의 고통인 것 같다"라며 "예전엔 스튜디오 가서 뭐라도 쥐어짜는 스타일이었다, 나오든 안 나오든. 요즘은 '이거 써야 해!'라고 느낌이 올 때 작업에 몰두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즐길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결국에 마음에 안정이 오는 부분은 이거다. 영감은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거다. 때때로 창작하는 힘이 떨어지더라도, 영감은 고갈되지 않을 것 같다. 그 힘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가수라는 직업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달라졌다. 혜윤은 "예전에는 '내겐 음악과 춤밖에 없어! 난 이걸 무조건 해야 해' 하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 목적은 좋은 것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거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음악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싱글만 냈지만 곡을 더 모아서 앨범 단위를 낼 계획도 있다. 혜윤은 "저는 쉬지 않는다. 최대한 계속해서 꾸준히 작업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하루빨리 투어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지막 투어가 2021년이더라. 아직 3곡밖에 없으니 빠르게 세트 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또 다른 음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