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강원 강릉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제한급수 등으로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가운데 가뭄을 해갈할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결국 15% 아래로 떨어졌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4.9%로 전날 15.3% 보다 0.4%p 떨어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15%대가 무너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6개월(2.27~8.26) 동안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7.7mm로 평년 827.3mm의 46.9%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간 강릉시는 당초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강력한 조치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자율 시행에 맡기면서 추이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또한 농업용수도 공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수도 검침원이 계량기 밸브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이와 함께 시는 지난 27일부터는 소방차 등 공공차량 31대를 투입해 연곡정수장에서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798톤의 물을 공급하는 운반급수를 시작했다. 남대천 용수개발 사업을 통해 상수원 하류 구산농보에 저장한 물을 2㎞ 떨어진 오봉저수지까지 끌어올리는 통수 작업을 통해 하루 1만 톤의 물을 저수지로 보내는 등 생활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어 최악의 경우 '단수'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주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강릉시는 오는 9월 1일 가뭄 대응 비상대책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격상에 따른 가뭄 대응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0일 오후 강릉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처럼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릉이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강릉을 직접 방문해 가뭄 피해 상황과 대책 등을 점검한 뒤 재난선포를 지시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같은 날 오후 7시를 기해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불·기름 유출 등 사회재난이 아닌 자연재난으로는 전국 첫 사례다.
재난사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포하는 긴급조치로, 선포 시 인력·장비·물자 동원,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우선 소방탱크 차량 50대를 지원해 하루 약 2천톤을 추가 급수할 예정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역대급 가뭄에 사상 처음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신속히 재난사태를 선포해 주신 데 대해 저를 비롯한 강릉시민 모두가 깊이 감사드린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뭄 대응이 본격화된 만큼 하루빨리 시민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