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각종 의혹에도 한 번도 법의 심판대 앞에 서지 않았던 김건희씨를 특검이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혐의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존재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모든 의혹들에 대해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김씨였지만, 통화녹취나 금전거래 내역 등에 남은 명백한 흔적들은 김건희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스모킹건 ①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4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김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에 가담했다는 증거로 김씨에게 송금된 4700만원을 꼽았다.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시기(2009년 12월~2010년 10월)에 해당하는 2010년 1월, 김씨는 주포 이모씨에게 16억원이 든 계좌를 맡겼다. 그 후 같은 해 3월 초, 김씨는 이씨로부터 4700만원을 송금받았다.
특검은 이 '4700만원'을 김씨의 주가조작 공모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라고 봤다. 김씨가 주가조작 공모 당시 '수익이 나면 이씨 측에 약 40%를 나눠주고, 손실이 나면 이를 보전 받는다'는 조건으로 계좌를 맡겼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아 '손실보상금' 성격으로 해당 금액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특검은 김씨가 손실을 보전 받았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보유하던 도이치 주식 69만주 처분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010년 10월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에게 2차 주가조작을 의뢰하는 등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판단이 가능했던 건 '증권사 녹취' 덕분이다. 특검은 2011년 1월 김씨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60%)대 4(40%)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 "2억7천만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통화 녹취를 확인했다.
실제로 특검은 김씨가 블랙펄인베스트 측과 약정한 수익금 40%와 거의 일치하는 금액인 2억 7천만원이 김씨의 은행 계좌에서 수표로 인출된 정황도 포착했다.
결국 특검은 이같은 정황들을 기반으로, 김씨가 단순 전주(錢主)가 아니라 주포들과 공모 관계였다고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이다. 4700만원 송금 내역과 '40%' 약정 통화 녹취, 2억 7천만원의 수표 인출 내역 등이 김씨의 주가조작 인지 및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판단했다.
특검이 판단한 김건희씨의 범죄 수익은 8억 1144만원이었다.
스모킹건 ② 샤넬 전달 이후 김건희 "정부 차원서 통일교 도움"
김건희씨와 한학자 총재. 연합뉴스또한 특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총 8천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씨를 기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김건희씨의 '통화'가 있었다.
우선 특검은 김건희씨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30일 윤씨에게 전화해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고 말하며 "앞으로 건진법사(전성배씨)님과 의견을 나눠 달라,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씨는 이와 더불어 통일교의 필요한 요청에 대해서도 전씨와 논의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김씨는 윤씨와 재차 통화를 했다. 김씨는 전씨의 요구로 2022년 7월 15일 윤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김씨가 이미 열흘 전인 7월 5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윤씨로부터 1271만 원 상당의 두 번째 샤넬 가방과 인삼 농축차를 전달받은 뒤 열흘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김씨는 해당 통화에서 윤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인삼가루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샤넬 가방의 실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씨가 '인삼차'를 잘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이 금품 수수의 정황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검은 김건희씨가 통일교 관련 청탁을 받고, 전성배씨를 통해 윤씨로부터 샤넬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총 3회에 걸쳐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스모킹건 ③ 尹 "상현이한테 얘기 할게" 녹음파일
아울러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한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스모킹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김씨의 공소장에 "명씨가 2022년 4월 경 여론조사 제공에 대한 대가로 김씨와 윤 전 대통령에게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영선이 단수공천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수차례 청탁했다"며 "그리고 그 무렵 윤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이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 앞서 공개된 명씨와 윤 전 대통령 간의 통화 녹취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 명태균씨 통화 녹취 (2022년 5월 9일) |
윤석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하여튼 상현이(윤상현 국민의힘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 명태균>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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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특검은 지난달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장제원 비서실장을 통해 공천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특검은 이러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김씨 부부의 공천 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뒤, 김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