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금융캐피탈 주장 엄상필. PBA'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에게 특급 조언을 해줬던 '엄상궁' 엄상필이 팀 동료의 우승 기운을 받아 프로당구(PBA) 첫 정상 등극을 이룰 수 있을까.
엄상필은 1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3차 투어 '올바른 생활카드 NH농협카드 PBA 채리티 챔피언십' 8강전에서 베트남의 마민껌(NH농협카드)을 세트 스코어 3 대 1로 눌렀다. 이번 대회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4강에 진출해 토종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날 엄상필은 1세트를 5이닝 만에 15 대 5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소속팀의 타이틀 스폰서 대회에 투지를 불태운 마민껌도 2세트 분전했지만 13 대 15(7이닝)로 졌다. 그래도 3세트를 6이닝 만에 15 대 8로 잡아내며 만회했다. 그러나 엄상필이 4세트를 15 대 3으로 7이닝 만에 끝내 4강행을 확정했다.
엄상필은 PBA 출범 시즌부터 활약했지만 아직 개인 투어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2번 결승에 올라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팀 리그에서는 블루원리조트(현 우리금융캐피탈)의 2022-23시즌 정상 등극과 지난 시즌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개인 투어와는 인연이 없었다.
삼세번째 결승에 올라 우승에 도전한다. 엄상필은 8강전 뒤 스롱과 김민아(NH농협카드)의 여자부 결승전을 지켜봤다. 스롱은 팀 주장의 응원과 조언 속에 김민아를 꺾고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스롱(가운데)의 여자부 우승 때 엄상필(왼쪽) 등 우리금융캐피탈 선수단,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한 모습. PBA
경기 후 스롱은 "엄상필 오빠와 4년째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데 국적이 달라서 말이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는데도 항상 세심하게 말씀해준다"면서 "이번 대회도 첫 게임부터 영상을 보면서 알려주시는데 결승 때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조언해서 실패한 공을 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경기 도중 안 풀리면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항상 힘을 빼라고 조언해준다"면서 "최근 레슨 코치(임철)도 상필 오빠가 소개해줬는데 뱅크 샷을 정말 잘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엄상필의 차례다. 스롱은 "엄상필 오빠는 정말 당구를 잘 치는 선수인데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엄상필의 4강전 상대는 만만치 않다. 스페인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다. 산체스는 '튀르키예 신성'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와 8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2 신승을 거뒀다.
엄상필과 4강에서 격돌하는 다니엘 산체스. PBA
지난해 8월 엄상필은 산체스에게 한 차례 쓴맛을 봤다. PBA 최초 해외 투어인 에스와이 하노이 오픈 결승에서 산체스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엄상필로서는 설욕과 함께 첫 우승을 이룰 기회다.
또 다른 4강은 '예술구 장인'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와 '일본 강자' 모리 유스케(에스와이)의 대진이다. 사이그너는 김남수를 3 대 1, 모리는 신정주를 3 대 2로 눌렀다.
11일에는 낮 12시부터 사이그너-모리, 오후 3시부터 엄상필-산체스가 4강을 펼친다. 승자는 오후 9시부터 우승 상금 1억 원이 걸린 결승에서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