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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의 시대, 희망을 말하는 히어로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최영주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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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감독 맷 샤크먼)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냉소와 허무가 가득한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마블 히어로 무비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낙관주의로 가득했던 미국의 1960년대를 소환해 그것이 희망과 연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마블 페이즈 6에서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바로 '어벤져스: 둠스데이'(2026)로 가기 위한 '브릿지'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 속 우주로 떠난 4명의 엘리트 우주비행사 리드 리처드(페드로 파스칼), 수잔 스톰(바네사 커비), 조니 스톰(조셉 퀸), 벤 그림(에본 모스-바크라크)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게 된 리드 리처드(미스터 판타스틱)부터 온몸이 투명해지고,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하는 수잔 스톰(인비저블 우먼), 온몸으로 뜨거운 화염을 내뿜으며 비행 능력까지 지닌 조니 스톰(휴먼 토치), 그리고 바위 같은 엄청난 피지컬과 압도적 파워를 갖춘 벤 그림(씽)은 새로운 슈퍼 히어로 팀 '판타스틱 4'가 되어 사람들을 구한다.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혼란과 갈등에 휩싸인 이들 앞에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랄프 이네슨)의 위협을 전달하는 미스터리한 전령 실버 서퍼(줄리아 가너)가 등장해 지구 파괴를 예고하고 '판타스틱 4'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게 된다.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의 연출과 제작을 맡은 맷 샤크먼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이하 '판타스틱 4')은 1960년대 스타일의 색채를 지닌 작품이다.
 
1960년대 색채에 마치 그 시절 SF 소설에서 볼 법한 미래의 모습이 섞이며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지구-828이 탄생했다. 단순히 그 시대 색채만을 가져온 게 아니라 그 시대 방송 화면, 그 시대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 팬암(팬아메리칸월드항공사) 등 1960년대 미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킬 요소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와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등장하는 건 바로 영화의 메시지와 연관돼 있다.
 
'판타스틱 4'는 나, 너, 혼자가 아닌 우리, 가족, 공동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내세운다. 지상과 지하로 나뉜 지구-828의 세계, 지구적인 차원의 위협은 SF가 그러하듯 현실을 은유하고 풍자한다. 갤럭투스가 지구를 위협하는 가운데, 손쉽게 지구를 살리고 지구상의 인간들을 살릴 방법은 리드 리처드와 수잔 스톰의 아들 프랭클린을 갤럭투스에게 넘기는 것이다.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갤럭투스는 아이를 넘기면 지구를 놔두겠다고 했지만, 당연히 판타스틱 4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 속에서 지구를 지켜온 판타스틱 4지만,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한다. 아이를 넘겨주면 '우리'가 살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았냐는 방향을 잃은 비난이다.
 
그러나 판타스틱 4는 누구 하나를 희생해 모두를 살리는 방안을 거부한다. '모두'라는 단어 안에는 어느 한 명만 배제한다는 의미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감화되고 동의한 지구인들은 연대를 통해 지구 앞에 놓인 위기를 헤쳐 나간다.
 
아이를 요구하는 갤럭투스는 끊임없는 갈망,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지닌 빌런이다. 파괴해도, 많은 것을 먹어치워도 가라앉지 않는 갤럭투스의 갈망은 권력자들의 욕망, 폭력의 본질과 닮았다.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국제적인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지구에서는 아직 '너'와 '나'를 분리하고, '우리'라는 단어 안에 들어갈 사람들을 나눈다. 거대한 폭력에 맞서 이길 수 있는 건 개인의 힘이 아닌 모두의 힘, 즉 '연대'다. 영화는 파편화된 사회, 무한 경쟁 속 각자도생이 당연해진 현실에서 더욱 절실해진 가치를 되살리고자 한다. 그렇기에 가족에서 출발해 전 세계라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영화가 연대를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처럼 '판타스틱 4'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 그리고 이기심을 잠재우고 연대를 택한 결과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역시 1960년대 톤앤매너를 지닌 영화이기에 가능한 지점인지 모른다. 196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은 미국의 낙관주의를 소환했고, 이는 '판타스틱 4'의 정체성이 됐다.
 
이런 희망적인 1960년대의 색채가 현실감 없어 보이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희망적인 현실과 연대하는 사회를 꿈꾸게 만든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의 지구-828의 모습은 어쩌면 냉소적인 2020년대 현실에 1960년대 낙관주의를 가져오고픈 갈망이 담겼는지 모른다.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페드로 파스칼과 바네사 커비가 부부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판타스틱 4'는 많은 관객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두 배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것도 히어로무비 안에서 언제든 클로즈업으로 잡아도 뛰어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주목받는 배우 조셉 퀸, '더 베어' 시리즈의 에본 모스-바크라크가 역시 호연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성별을 바꾼 실버 서퍼 역의 줄리아 가너는 2007년 실버 서퍼를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판타스틱 4'의 핵심은 첫 번째 쿠키에 있다. 영화가 '어벤져스: 둠스데이'로 가는 브릿지 역할로서도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일종의 이스터에그라고 한다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판타스틱 4'를 만든 잭 커비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하다. 1960년대 스타일은 물론 곳곳에서 잭 커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114분 상영, 7월 24일 개봉, 쿠키 2개 있음, 12세 이상 관람가.

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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