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하는 이호재. 연합뉴스아버지에 이어 태극마크를 달자마자 A매치 데뷔전까지 치른 공격수 이호재(24·포항 스틸러스)가 "월드컵을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호재는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19분 문선민(FC서울) 대신 그라운드를 밟으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호재는 "첫 경기부터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줄 몰랐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나도 어떻게든 공격수로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움은 있지만, 어느 정도 데뷔전을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꼭 공격 포인트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위협적인 슈팅 한 차례를 선보이는 등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 그는 "골 찬스가 몇 번 있었다. 골로 만들었다면 더 만족스럽고 기뻤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며 "딱히 어려운 건 없었지만, 주변 형들과 호흡을 맞추며 감독님의 주문을 수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호재의 아버지는 이기형 옌볜(중국) 감독이다. 선수 시절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며, 강력한 슈팅이 일품이었던 그는 '캐넌 슈터'로 불렸다. 국가대표로는 47경기에서 6득점을 기록했다.
이호재가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면서 한국 축구 통산 4번째 '부자(父子)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앞서 고 김찬기-김석원, 차범근 전 감독-차두리 화성FC감독, 이을용 경남FC 감독-이태석(포항 스틸러스)이 있었다.
앞서 이호재는 "축구선수가 되고 난 뒤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태극마크를 단 뒤) 그런 동기부여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A매치 데뷔전을 앞두고 아버지로부터 어떤 조언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긴장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걸 펼치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거라고 하셨다"며 "앞에서 많이 움직이라고 하셨다. 그런 식으로 경기했더니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축하 메시지를 받았냐고 묻자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받았다. 동료 중에선 (신)광훈이 형이 제일 먼저 보내주셨다"며 "내가 교체로 들어가는 모습도 잡으셔서 축하한다고 하셨다. 감사하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포항 동료들에게 언제든 밥도 사줄 수 있다. 팀에 돌아가서 많이 사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고온다습한 날씨 속 치른 데뷔전이라 쉽지 않았을 터. 이호재는 "이런 날씨에는 공 소유에 많이 신경을 쓴다.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심하다 보니까 공을 잘 지키고, 연결하려고 노력했다"며 "골문 앞으로 들어가려는 의지도 보여드리려 했다. 다음에는 골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호재는 "월드컵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나 역시 처음 소집됐을 때부터 꿈이었다"며 "그 꿈을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려 한다. 이번에 그 기회를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한편, 이날 이호재를 비롯해 김봉수(대전 하나시티즌), 강상윤(전북 현대), 서민우, 모재현(이상 강원FC), 이승원(김천 상무) 총 6명이 생애 첫 A매치를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