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연합뉴스부산에서 지적장애인 직원을 포함한 수백 명의 임금과 퇴직금 수십억 원 상당을 체불하고, 장애인 직원을 이용해 수천만 원대 대지급금까지 부정 수급한 혐의로 50대 사업주가 구속됐다.
이 사업주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은 업체를 운영하면서 고의적으로 장애인 직원의 임금을 체불하고, 법인 자금으로 골프장 이용료를 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은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장례용품 등 제조업체 대표 A(50대·남)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직원 110명의 임금과 퇴직금 9억 1천만 원 상당을 체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 직원까지 합치면 임금 체불 피해자는 모두 294명, 피해액은 26억 1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북부지청에 따르면 A씨는 업체 수익이 있는 데도 특히 법적 대응이 어려운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더 오랜 기간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폐업하면서 장애인이 아닌 직원들에게는 법에 따라 대지급금으로 청산이 가능한 최종 3개월분 임금을 체불했지만, 장애인 직원에게는 무려 8개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대지급금은 임권채권보장법에 따라 사업주가 미지급한 임금 가운데 최종 3개월 치 임금과 3년 간 퇴직급여 등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관계자는 "수익금이 있는 기간에도 장애인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을 일부조차 지급하지 않고, 거래처 대금과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며 "임금 체불에 충분히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속 직원 수가 300명대에 달했던 A씨 업체는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인증 받은 업체였다. 부산과 충청남도 서산에 제조업 사무실을 두고, 울산과 진주 등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근로자의 청소 용역 등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한 사업장을 뜻한다. 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으면 세금 감면과 정부 지원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 근로자를 다수 고용했고, 임금체불 피해도 장애인 직원들에게 집중돼 전체 임금체불 피해자 294명 가운데 장애인 직원은 180명에 달한다.
그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에도 월 1천만 원에 달하는 자신과 아내의 임금은 10차례 이상 지급하고, 법인 자금으로 골프장 이용료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기간 법인 계좌로 수익금이 들어오면 A씨와 가족 개인통장으로 바로 이체해 거래처 대금과 가족 생활비 등으로 먼저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A씨는 지적장애인 직원들을 통해 대지급금 6천만 원 상당을 부정 수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23년 12월 소속 장애인 직원 23명에게 3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고도 대지급금을 신청하도록 한 뒤, 직원들로부터 대지급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북부지청은 A씨 사업장에서 신고가 다수 접수되자 수사에 착수했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12월 해당 사업장에 대해 '상습체불 기획감독'을 실시해 감독과 연계한 수사를 통해 사건 경위를 밝혀낼 수 있었다.
이 업체 피해 근로자들에 대해 부산북부지청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지역본부와 고용상황반을 구성해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부정하게 지급된 대지급금 회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관계자는 "부산고용청과 북부지청이 협력하고, 근로감독과 수사를 연계해 고의적 임금체불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며 "피해자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인 점을 고려해 생계안정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