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현장에서 폭언과 폭행, 성폭력에 노출된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피해를 입고도 이를 참고 넘겼고, 기관의 보호 조치를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19일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폭언, 폭행, 성폭력을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가 55.7%에 달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4903명의 보건의료노동자가 참여했다.
특히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 집중 직군인 간호직(86.3%)과 간호조무직(74.1%)에서 피해 경험률이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폭언과 폭행은 약 2배, 성폭력은 약 3배 많았다.
근무형태에 따라서는 3교대 근무자와 야간전담 인력이 가장 높은 피해 경험률을 보였다. 이는 인력이 부족한 야간 근무 환경에서 폭력 대응이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의 72%는 '참고 넘겼다'고 답했으며, 기관의 보호조치를 받은 경우는 대부분 10% 미만에 불과했다. '업무 일시 중단', '가해자 분리', '유급휴가' 등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각각 92.3%, 85.2%, 98.8%에 달했다.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가 대부분이었다. 폭행의 경우 환자가 84.5%, 보호자가 9.5%로 집계됐고, 성폭력 역시 환자(74.2%)와 보호자(9.9%)가 주된 가해자였다.
보건의료노조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과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의료기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실태조사와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 등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부합하는 의료 현장의 변화를 대비한 보건의료산업 특성에 적합한, 최근 발의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과 같은 노동자 법·제도적 보호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