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결도로 폭파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북한이 적대적 2국가 기조에 따라 남북관계를 아예 단절한 데 이어 대선 기간 중에도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보임에 따라,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경제회복과 외교재정립에 집중되면서 국가안보 및 전략적 핵심 사안인 북한 정책은 주요 정책논의의 범주에서 제외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남북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할 조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 심리전의 중단"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최영준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는 최근 발표한 영문보고서 '새 정부를 위한 대북정책 제안'(North Korea Policy Proposals for the New Administration)에서 "심리전의 중단은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북 방송을 중단하고 이후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새 정부는 기존 남북 합의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합의 이행의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적 교류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도 한국의 선제적인 관계개선 노력은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는 대북 정책을 공존과 공동번영의 비전 아래 재설계해야 하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결적 통일 정책과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과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모두 상호 인정의 원칙을 거부하며 상대를 제거 대상으로 간주함으로써 건설적인 남북관계 형성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통일 대신 평화적 공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영구적 분단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고 젊은 세대의 통일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지나치게 통일을 강조하는 태도는 북한의 대남관계 단절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냉전시기 동독이 현재 북한과 유사한 접근이라면서 "당시 서독이 동독과의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통일을 위한 헌신을 유지한 것처럼 우리도 지속적이고 조용한 방식으로 평화적 통일을 준비함과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연한 접근을 채택해 화해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국제정세와 남북 국력격차에 따라 여러 차례 대남 정책을 수정해온 만큼 북한의 입장 변화에 따라 통일 목표를 조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으로서 통일 목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이는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적대적 2국가를 제기한 북한이 여기에 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평화통일 목표에 헌신하며 인내심을 갖고 정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