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전격 꺼내들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의 포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지지자들을 앞에 두고 "50년 이상 미국은 각 나라들로부터 갈취를 당했지만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고 이번 조치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이번 상호관세는 보편관세 성격의 기본관세(10%)와 국가별 관세(+α), 두 가지로 짜여졌다.
대미 흑자국인 한국은 '최악 국가'로 분류돼 25%의 상호관세를 얻어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 대해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국,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대다수가 '최악 국가'라는 낙인과 함께 '고관세'를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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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부에 대해 국가별·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지만, 이날 상호관세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해방의 날'이자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의 정점을 찍은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종일관 웃음을 지은 채 자신감을 보였지만,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돌아가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중국과 EU 등 미국의 양대 교역 상대들이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앞서 이들 국가들은 미국의 조치를 지켜본 뒤 '맞불 관세' 등 보복을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녔고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도 맞대응을 할지, 새로운 협상에 나설지 양대 기로에 섰다.
미국은 이날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별도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한국과 미국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대부분의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0.79%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으로선 설득력이 없는 초강대국의 일방적 약속 파기를 굳이 감내해야할 이유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만약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관세 장벽을 세울 경우, 미국 역시 글로벌 관세 전쟁의 온전한 수혜자로 자리매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벌써부터 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상호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각국이 미국 내 공장 건설 등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당분간은 관세의 폐해가 미국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대통령에 두 번 당선돼 3선 가능성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관세로 미국 제조업 재건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과의 싸움'이 여전히 존재하는데다 이제 막을 올린 관세 전쟁도 하루 이틀새 끝나는 것이 아닌 탓이다.
만약 미국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이 재편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여기다 '상호 관세'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 등 후폭풍이 시장을 뒤흔든다면, 지금은 비교적 탄탄해 보이는 지지 기반도 언제 등을 돌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2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결국 이날 '상호 관세' 발표가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협상의 시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에서는 '예외는 없다'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손익 계산을 앞세운 채 양단 간 선택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기업가 마인드'가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미국이 '상호 관세'라는 충격파를 던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후 각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실익을 챙길 의도라는 것이다.
한국으로선 동맹을 넘어 최근 수년간 대미 투자 1위국이라는 점과 미국의 아픈 손가락인 조선업·에너지 수출·첨단기술 공급망 등에서의 향후 협력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카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