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체육관. 정진원 기자"경로당에서 7명이 같이 지내고 있죠. 집이 싹 다 타버렸고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피신 나온 지 벌써 일주일째네요"산불이 덮친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 주민 백문자(70)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백씨는 50여년간 산 집을 한순간에 잃었다. 그는 "집 잃은 동네주민 7명이 경로당 방 두 칸에 나눠서 지내고 있다. 몸 누일 공간이라도 있어 다행이지만 잠자리가 편치 않고 화장실이 한 칸이라 지내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백씨는 잃어버린 터전을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지 생각하면 그저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추 농사가 다 절단났다. 비닐하우스가 다 날라가버렸고 호미 하나 없는데 어디서부터 회복시켜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류시국 구계2리 마을이장은 "임시주택(모듈러주택) 설치가 빨리 된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와 경상북도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류 이장은 자신 역시 이번 산불로 집을 잃고 인근 아들 집에 신세를 지고 있지만, 더 불편을 겪고 있는 다른 주민들을 위해 임시주택을 양보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피해 지역에 긴급 설치되고 있는 모듈러주택. 안동시 제공
26명의 사망자를 내고 4만ha 이상을 태운 '괴물 산불'이 꺼진 지 사흘째. 위기는 넘겼지만 피해 회복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피해 지역의 주택 피해는 총 3617채. 이 중 98%는 주택 전체가 불에 타는 전소 피해를 입었다.
현재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인원은 2830명. 여전히 체육관 등 대피소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경북도는 이들을 위해 긴급주거시설인 모듈러주택 100호를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기부 받아 신속한 설치에 나섰다.
다만 전기, 수도 등을 설치하는 데 며칠이 더 소요되고 공간이 마련되더라도 다른 주민들과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각종 연수 시설, 리조트에 임시 거주하고 있는 200여명의 경우 생업이 문제다. 당장 숙식은 해결할 수 있지만, 거주지 인근에 있는 농사, 축산업 등 생업 현장과는 동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도 역시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주거시설 복구를 위해 가장 힘쓰고 있다. 조립주택 설치, 영구주택단지 조성 등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이날 피해 긴급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1천억원을 긴급 편성하고 구호 물품과 농기계, 재난지원금 지급, 금융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워낙 피해가 큰 만큼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주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도 천천히 아물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을 순회하며 심리치료와 상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2천여건의 심리치료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