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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국제질서 해체에 미소짓는 중국[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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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VOA 운영중단에 환호하는 중국 관영매체 "걸레처럼 버려져"
트럼프 지시에 자유·민주주의 이념 확산에 공헌한 매체 폐쇄
경제적 이득만 따지는 트럼프에 미국과 동맹간 커지는 균열
중국, 빈틈 파고들며 우군확보…국제질서 재편에 영향력 확대
"중국에 무역전쟁은 극히 일부…트럼프도 한 시기 스쳐갈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피아를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그 동맹간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전쟁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의 해체를 즐기는 모양새다.

국수주의 성향의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VOA(미국의소리) 방송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것을 환영하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이 매체는 사설 제목부터 VOA를 '거짓말 공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모기관인 미국 글로벌 미디어국(USAGM)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VOA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소개하며 "소위 자유의 등대인 VOA는 이제 더러운 걸레처럼 자국 정부에 의해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또,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심지어 (다른 나라의) 정권 교체 시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VOA는 워싱턴의 신중하게 제작된 선전 기계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세계 무대에서 높은 악명을 얻었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VOA 운영중단에 환호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 매체가 그동안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수민족 위구르족(신장자치구) 인권침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문제,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을 적극 보도하고 고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조칙 축소 차원에서 USAGM의 예산과 기능, 인력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했고 이에따라 USAGM 산하의 VOA와 RFA(자유아시아방송), RFE(자유유럽방송) 등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중국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의 선전기계'라는 비판도 있지만 USAGM 산하 매체들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권위주의 국가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이들 국가에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이념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미국 국제개발기구(USAID)의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제 개발기구와 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끊겼는데 지원 대상 가운데는 영국 공영방송 BBC 산하 국제 원조기구 'BBC 미디어액션'도 포함됐다.

글로벌타임스는 당시 BBC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토종 애니메이션 너자2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내보낸 것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었던 BBC의 갑작스러운 논조 변화 배경으로 BBC 미디어액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을 짚기도 했다.

USAID 폐쇄와 USAGM 구조조정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가치와 이념, 그리고 이를 전파하며 유지해온 국제질서가 경제적 이득 만을 따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서방 동맹간 균열로 우군확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심지어 눈엣가시였던 VOA 등의 폐쇄는 중국의 체재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간 갈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마을의 새 보안관'에 비유하며 언론의 자유, 이민자, 방위비 문제 등을 들어 EU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연합뉴스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연합뉴스
중국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EU와의 관계개선에 나섰는데 당시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만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는 무역, 경제 현안, 기후변화와 같은 선택된 분야에서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MSC 나흘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심지어 마코 루비오 미국 신임 국무부 장관이 불참했다. 그는 회의 주제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번 회의에 불참했는데 G20 국가들을 상대로 중국이 독무대를 펼칠 판을 깔아준 셈이다.

연임이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4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2년 뒤에는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역전쟁의 파고를 잘 넘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해체된 기존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은 "중국 입장에서 무역전쟁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장에서 극히 일부분"이라며 "트럼프 또한 미중 경쟁구도의 한 시기를 스쳐 갈 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이 뒤에서 웃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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