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음악만세'로 올해의 음반 부문 상을 받은 단편선 순간들. 단편선 공식 트위터2025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시상식에서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 만세'가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그룹 에스파(aespa)와 가수 이승윤은 3관왕이라는 기록을 썼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2025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주최로 27일 저녁 열렸다.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에서 온라인 중계한 이날 시상식에서는 종합·장르·특별 분야 총 26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리더 단편선이 프로듀서를 맡아 지난해 9월 발매한 단편선 순간들의 '음반만세'가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신현태 선정위원은 "원초적인 록의 뼈대에 살을 붙이면서도 어느 하나의 장르에 종속하지 않는 새로움을 창조했다. '선원들'과 함께했던 소위 아방가르드(avant-garde)식 접근법은 '순간들'에서 더 묵직한 사운드로 전환되어 완연한 자아의 본질을 드러낸다"라고 선정의 변을 전했다.
김도헌 선정위원은 "창작의 길은 고되고 생존을 위한 투쟁은 지난하다. 그럼에도 영원을 꿈꾼다. 베테랑 인디 음악가 단편선이 [음악만세]에 담은 이야기"라며 "음악에 대한 경외심을 숨기지 않는 [음악만세]는 그 음악의 번제를 자처하며 함께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격려한다. 우아하고도 처절한 인간 찬가"라고 바라봤다.
"제가 살아생전에 빈지노 선생님에게 뭔가 건네받을 날이 온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떤 단편선은 "10년 전에도 대중음악상을 한 번 수상했던 적이 있다. 그 10년 동안 정말 많은 동료들이 사라졌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다. 저도 록스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록스타가 되지 못했다고 잘못된 건 아니겠지만 생계가 안 돼서 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많은 음악가들이 하는 여러 일들을 하며 살아왔다"라고 말했다.
올해의 음악인을 비롯해 총 3관왕을 기록한 가수 이승윤. 마름모 제공"그렇게 사는 음악가들이 훨씬 많고, 그래서 음악이란 건 사실 별로 삶에, 생계에 별로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줄곧 생각해요. 사실 방해가 많이 되죠. (옷을 만지작거리며) 이것도 사야 되고, 이거 받는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옛날보다 금속 재질이 아니어서 값도 떨어질 것 같고. (웃음) 그럼에도 받아서 참 기쁜데 한편으로는 음, 이 상을 받을 줄을 몰랐지만 상을 받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음악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삶을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계속 생각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도 했고 이 음반을 작업하면서 줄곧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상을 받는 것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언가 바꿀 수 없을 거고,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우리가 더 나은 음악가임을 증명하지도 그리고 우리가 더 나은 사람임을 증명하지도 않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앞으로를 아무것도 보증해 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저는 최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야지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 왔는데 이렇게 많은 음악인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앞에서 굉장히 여러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을 보고 단 한 명도 자기가 잘나가지고 상을 받는다고 얘기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우리가 속해 있는 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 우리의 동료들 친구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상에 의미가 있으려면 우리가 받는 게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가지고서 저도 제 동료들도 그리고 여기 계신 음악가분들도 함께 힘을 모아서 해나가는 게 그게 이 상의 의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분 전에 한 생각이에요. (웃음) 정말, 감사하고." (단편선)
박장미는 "이렇게 권위 있는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게 된다면 꼭 이 말은 해야겠다, 라고 음악을 하는 내내 생각했던 말이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음반상을 받게 될 줄 몰랐다. 부디 제가 할 말이 건방진 말이 아니라 그냥 정말 예전부터 하고 있던 생각인 거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라며 "싱글은 앨범이 아니다"라고 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싱글 13집 막 이런 거 있다. 앞으로는, 오늘 이후로는 동료 선배 후배 모든 음악가들이 싱글을 발표할 때는 싱글을 발표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사하다"라고 말을 이었다. 단편선은 "때로는 당연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 법"이라고 거들어 다시 한번 웃음을 유발했다.
"광장에서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리고 삶의 여러 곳에서 여러 싸움을 하고 있는, 그리고 항상 자신과 씨름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음악가 동료 여러분들, 끝까지 함께 끝까지 투쟁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혹여라도 상을 받으면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제발 도와주시면 좋겠는데요. 제가 음악 하면 선생님들이 '만세!'라고 손을 들고 외쳐주시는 걸로 저의 턴을 종료하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네!) 네, 단편선 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음악, (만세!)" (단편선)
'넥스트 레벨'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은 그룹 에스파. 2025 한대음 시상식 유튜브 캡처
올해의 음악인은 이승윤이었다. 이승윤은 "제가 음악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제 노래가 이 시대에 어떤 감정이나 순간들과 공명하고 있구나 느낄 때다. 그래서 올해의 음악인이라는 상도 너의 노래가 이 시대를 외면하고 있지 않구나, 동시대성을 갖고 있구나 하고 제가 마음대로 해석해서 받아 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서랍 속에 주머니 속에 백미러 속에 화분 속에 조수석 속에 뭐 이런 곳에 틈틈이 깃드는, 시대를 잊지 않는 음악을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들 힘내시길 바라겠다. 제가 음악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빈말이고, 의외로 가장 깊은 진심이다. 가급적이면 행복하시길 바라겠다"라고 전했다.
올해의 노래는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였다. 해외 투어로 참석하지 못한 에스파는 영상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에스파는 "저희 에스파가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슈퍼노바'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다고 기쁜 소식을 들었다. 저희가 '넥스트 레벨'(Next Level)로 수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3년 만에 다시 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너무 영광이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올해도 열심히 활동할 테니까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올해의 신인은 산만한시선이었다. 서림은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나면, 내일 2시에도 105동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요즘 재원이랑 맨날 작업실에서 2시에 만나자고 하고 있다. 근데 음악이 너무 좋아서 매일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기 학전 대표를 언급한 서림은 "김민기 선생님 뵈려고 정말 많은 노력도 하고 정말 많이 족적을 따라다녔는데 결국 뵙지 못했는데 정말 존경하고 사랑한다"라며 꾸벅 인사했다.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된 산만한시선.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홈페이지송재원은 "저희 앨범 소개하거나 할 때 운이 좋았다, 대충 만들었는데 잘됐다 했는데 이제 그런 말 안 하고 좀 더 책임감 있는 음악을 하도록 하겠다"라며 "열심히 해서 2집으로 진짜 죽이는 거 만들라니까"라고 해 큰 환호를 받았다.
종합 부문 수상자 중 에스파와 이승윤은 각각 3관왕을 차지했다. 에스파는 '슈퍼노바'로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K팝 노래 부문, 첫 번째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최우수 K팝 음반상을 받았다.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된 이승윤은 정규 3집 타이틀곡 '역성'과 선발매 앨범 타이틀곡 '폭포'로 각각 최우수 록 노래, 최우수 모던 록 노래 부문 상을 받았다.
다음은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작) 명단
▲ 올해의 음반 :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 올해의 노래 : 에스파 '슈퍼노바'
▲ 올해의 음악인 : 이승윤
▲ 올해의 신인 : 산만한시선
▲ 최우수 록 음반 : 소음발광 [불과 빛]
▲ 최우수 록 노래 : 이승윤 '역성'
▲ 최우수 모던록 음반 :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 최우수 모던록 노래 : 이승윤 '폭포'
▲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 미역수염 [2]
▲ 최우수 랩&힙합 음반 : 비프리, 헉키 시바새키 [프리 허키 시바새키 & 더 갓 선 심포니 그룹 : 오디세이.1]
▲ 최우수 랩&힙합 노래 : 지드래곤 '파워'
▲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 수민-슬롬 [미니시리즈 2]
▲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 정인, 마일드 비츠 '탓'
▲ 최우수 팝 음반 : 존박 [PSST!]
▲ 최우수 팝 노래 : 비비 '밤양갱'
▲ 최우수 K팝 음반 : 에스파 [아마겟돈]
▲ 최우수 K팝 노래 : 에스파 '슈퍼노바'
▲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 넷 갈라 [갈라파고트]
▲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 마운트 XLR '오빙'
▲ 최우수 포크 음반 : 모허 [만화경]
▲ 최우수 포크 노래 : 강아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 남예지 [오래된 노래, 틈]
▲ 최우수 재즈 연주 음반 : 지혜리 오케스트라 [인피니트 커넥션스]
▲ 최우수 글로벌 컨템퍼러리 음반 : 반도 [반도지형도]
▲ 공로상 : 이호준
▲ 선정위원회특별상 : 라이브클럽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