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는 김연경. 김조휘 기자'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생일을 하루 앞두고 특별한 경기를 치렀다.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첫 경기.
이날 경기장에는 6천67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김연경이 뛰는 모습을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연경의 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팬들은 경기장에 모여 진심 어린 축하와 열띤 응원을 보냈다.
김연경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팀 내 최다인 20점에 공격 성공률 53.13%로 활약,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1(25-14 18-25 25-20 25-21)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김연경은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준비한 게 많이 나오지 않은 답답함이 있었다"면서도 "승점 3을 가져와서 다행이다. 나도 팀이 잘 안될 때마다 많이 격려하면서 이끌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연경. 한국배구연맹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확정에 필요한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오는 3월 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점 1만 더해도 자력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다.
정관장전을 앞두고 축포를 터뜨릴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연경의 생일인 26일 2위 정관장이 GS칼텍스에 지면 흥국생명은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다.
김연경은 "생일을 떠나서 시즌 내내 어려운 시간이 많았는데,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정관장의 경기를 봐야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3월 1일 경기가 있기 때문에 그때 확정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GS칼텍스의 승리보단 정관장을 직접 이기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고 싶냐고 묻자 "뭐가 됐든 좋지 않겠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 후 김연경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김연경은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내일이 공교롭게도 내 생일이라 파티를 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과 생일 파티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감사하고, 잊지 못할 생일이 될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생일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빨리 숙소에 가서 짐 정리를 하고 쉬고 싶다. 오늘은 계획이 없다"면서 "내일은 휴식이라서 아마 지인들과 저녁 식사 정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 생일 축하. 한국배구연맹김연경의 생일에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될 수도 있는 상황.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정관장의 스케줄에 맞출 수는 없지 않나. 휴식인데 구단에서 부르면…"이라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여러분도 휴가인데 회사에서 부르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싫지 않겠나"라고 말해 기자회견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은퇴를 앞둔 김연경을 위해 원정 경기마다 '은퇴 투어'가 열리고 있다. 다만 경기 전 행사가 진행되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김연경은 "생각보다 괜찮다. 마음은 편했다. 오히려 미리 말해줘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현대건설전 전에는 장내 아나운서가 유독 이벤트 언급을 많이 하더라. 그렇다고 크게 부담이 되진 않았다"며 웃었다.
선수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데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뛴다"면서 "오늘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과 장난으로 '만 36세의 경기는 마지막이구나'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