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둔 5일 오후(현지 시각)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공식 훈련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아시아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인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이번 대회는 8년 만에 열리는 9번째 동계아시안게임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오는 7일 오후 9시(한국 시각) 중국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의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다. 오는 14일 폐막식까지 8일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8년 만에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이다.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당초 2021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에 개최지 선정 난항까지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지 못했다.
한국 선수단은 2회 연속 종합 2위를 노린다. 쇼트트랙에서 6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 알파인스키와 프리스타일 스키, 컬링에서 1개씩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시 관건은 메달밭인 쇼트트랙의 선전 여부다. 2회 연속 올림픽 1500m 금메달에 빛나는 최민정과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부 종합 우승을 이룬 김길리(이상 성남시청)가 이끄는 여자팀과 2년 연속 ISU 월드컵 세계 랭킹 1위 박지원(서울시청)을 앞세운 남자팀이 금빛 질주를 노린다.
다만 남자팀은 개최국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에서 귀화해 중국 대표팀 간판으로 활약하는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자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국제 대회에 첫 출전해 금메달을 벼르고 있다. 린샤오쥔은 귀화 선수 유예 기간 규정에 따라 지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 중인 중국 대표팀 린샤오쥔. 연합뉴스린샤오쥔은 지난해 3월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와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까지 3관왕에 올랐다. 한국 국적이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1500m 금메달, 2019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자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
최근 중국국제텔레비전(CGTN)과 인터뷰에서 린샤오쥔은 "8년 만에 열리는 데다 제가 유일하게 메달이 없는 대회라 참가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남자 5000m 계주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의 마지막 경기라 금메달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린샤오쥔은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헝가리에서 아버지의 나라인 중국으로 귀화한 사오린 샨도르 류-사오앙 류 형제와 호흡을 맞춘다.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이어 올해 아시안게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 출신으로 미국, 헝가리 대표팀에 있던 전재수 코치를 영입해 린샤오쥔의 전담 역할을 맡겼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중국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현 성남시청 감독처럼 위협이 될 가능성이 적잖다. 박지원을 비롯한 남자팀이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여자팀도 방심은 금물이다. '반칙왕'으로 알려진 중국 베테랑 판커신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판커신은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박승희(은퇴)를 노골적으로 붙잡으려 한 이른바 '나쁜 손'으로 비난을 받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손으로 블록(퍽)을 밀어 상대 선수를 넘어뜨리는 비매너로 악명을 떨쳤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오른쪽)은 중국 선수들과 레이스를 펼쳤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해 결승행이 무산됐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여기에 중국의 홈 텃세도 경계 대상이다. 3년 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황대헌(강원도청) 등 한국 선수들은 레인 변경 반칙이라는 애매한 판정 속에 남자 1000m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혼성 계주 2000m 계주에서 필수인 터치를 하지 않고도 페널티를 받지 않고, 오히려 미국 등 1, 2위 국가들이 실격을 당해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국 대회를 빛내기 위해 중국이 판정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쇼트트랙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경기장 상황도 극복해야 할 변수다. 쇼트트랙이 열리는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은 다른 국제 대회 경기장보다 작은 편이다. 특히 직전 주로의 폭이 좁다.
아웃코스 공략이 특기인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한 구조다. 충돌이 우려되는 인코스 대신 강한 체력을 앞세워 아웃코스로 추월해 세계를 정복한 최민정, 박지원, 김길리 등이 질주하는 데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5일 훈련하던 쇼트트랙 대표팀 김건우가 넘어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내 빙상 관계자는 현지 인터뷰에서 "ISU가 정한 쇼트트랙 국제 경기장 규격은 가로 60m, 세로 30m인데 대부분은 이보다 넓게 얼음을 얼린 뒤 보호 펜스 등을 설치한다"면서 "그러나 하얼빈 경기장은 링크를 크게 얼리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몇몇 국가 선수단의 항의로 보호 펜스를 뒤로 옮겼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질도 관건이다. 남자팀 김건우(스포츠토토)와 여자팀 노도희(화성시청)는 지난 4일 현지 적응 훈련에서 크게 넘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건우는 5일에도 넘어졌는데 현지 빙질 관리가 엉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회에 걸린 9개의 금메달 중 6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 과연 자국 대회에서 또 한번 영광을 노리는 개최국 중국의 야심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