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연초에 나온 각종 부동산 관련 지표가 일제히 침체를 가리키는 모습이다.
주택산업연구원 '1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71.4로, 전달인 지난해 12월 82.0보다 10.6p나 하락했다.
기준치인 100보다 한참 아래인 것은 물론이고, 전달(-16.2p)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의 큰 폭 하락이 반복됐다.
전국 주택사업자들의 분양 시장 전망이 아주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1월 건설경기실사(CBSI) 전망지수'는 70에도 미치지 못한 68에 그쳐 건설 경기 상황에 대한 업계의 비관적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말 발표된 한국은행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으로, 기준선 100 근처로 떨어졌다.
전달보다 6p나 낮아진 수치인데,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9월 119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석 달째 급속한 하락세를 지속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경기 악화 기정사실화에 내란 사태 여파까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9천 건을 훌쩍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후 급감해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3천 건대에 머물렀다.
거래가 대폭 감소하면서 매물 적체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8687건으로, 1년 전보다 17%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 둔화를 넘어 하락 전환 조짐마저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0.00%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30일 기준)에 이어 두 주째 보합을 나타냈다.
특히, 이른바 '강남 3구' 중 하나인 강남구 아파트값도 지난해 4월 첫 주(1일 기준)부터 12월 마지막 주까지 40주 동안 지속했던 상승세를 마감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이미 3주째 하락을 거듭했고, 전국 아파트값은 8주 연속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2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낮추면서 경기 악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반등에 발목' 전망도
연합뉴스설상가상으로 내란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주택 공급 부족과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과 공급 부족 누적 등 요인이 있는 만큼 오는 6월 이전에 분양 시장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문제와 관련해 부동산R114는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을 12만 5382가구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28% 넘게 감소한 규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주택 공급 선행 지표인 착공과 인허가 실적 저조를 근거로, 향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 부족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리 경우 부동산 관련 업계는 오는 16일 한국은행의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던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누그러뜨린 데는 정부의 '8·8 공급 대책'이 아니라 애초 예정보다 두 달이나 미뤄 시행됐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결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