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윤창원 기자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 이어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경찰 조사에 출석했다.
박 전 경호처장이 사표를 낸 뒤 경찰 조사에 응한 것에 이어 이진하 본부장도 경찰에 출석하면서 경호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강경파로 분류되는 경호처 김성훈 차장은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김 차장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법조계에선 스스로 체포 사유를 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이진하 본부장을 불러 약 9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전날 밤 11시 1분 쯤 조사를 받고 나온 이 본부장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사표를 내고 경호처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경찰 조사를 받은 박종준 전 처장은 전날 오전에도 경찰에 출석해 걸쳐 조사를 받는 등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김성훈 차장은 전날 경찰의 3차 출석 요구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리적 충돌은 안 된다'는 박 전 처장과 달리 김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과정에서 강경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호처는 전날 오후 "김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 간부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현재 박 전 처장과 김 차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박 전 처장 등 경호처 간부 2명이 연달아 경찰 조사를 받자 더불어민주당은 "한남동 요새는 무너지고 있다"며 "내란 수괴 체포도, 경호처 폐지도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 수뇌부를 갈아치우며 북 치고 장구 치는 쇼를 해 봤자 체포영장 집행에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공수처와 경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체포영장을 엄정히 집행해 법치를 바로 세우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선 경호처의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처장이 그동안 응하지 않던 경찰 조사에 자진 출석하고 돌연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자신에 대한 긴급체포도 피하고 동시에 경찰의 '강경 대응' 전략 명분을 꺾는 노림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김성훈 차장이 계속해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버티는 것은 스스로 체포 사유만 쌓는 일이란 지적이 법조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에 따라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경찰이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며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처럼 민감한 사안은 아무래도 조금의 흠이라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경찰이 세 차례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적인 경우엔 한 번 통보했음에도 오지 않으면 바로 체포영장을 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우성명 변호사(법률사무소 도약)는 "김 차장이 세 번이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도 영장 신청은 가능한 상황"이라며 "경호처 업무를 하루 24시간 내내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근무를 하지 않을 때나 쉬는 시간 등에 시간을 조율해서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