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 대통령 지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황진환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 등이 막아서면서 실패했다.
체포영장 시도가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다음 수순을 두고 고심해야 할 공수처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협조 요청을 구하면서 빈약한 '체포 의지'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尹 체포 실패 공수처…다음 수순은 2차 집행?·구속영장?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관저에 수사 인력을 보냈지만, 경호처 등과 대치하다 5시간 반 만인 오후 1시 30분 철수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공수처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사전구속영장 청구, 자진 출석 유도, 불구속 기소 등을 꼽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공수처는 이 기간동안 2차 영장 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 기한 내에 영장을 집행하지 못해도 법원 허가를 거쳐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체포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체포영장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을 또다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측과 자진 출석을 조율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조만간 선임계를 제출할 테니 추후 논의하자"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윤 대통령 측이 자진 출석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사전 조율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공수처로서도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과 대치 끝에 더는 신병 확보 시도에 매달리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방안도 있다.
체포 등 강제 신병 확보는 부담?…최상목 권한대행에 'SOS'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후 수사관들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복귀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공수처가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남았지만, 경호처가 버티는 한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공수처도 경호처의 경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영장 집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 권한대행에게 'SOS'를 요청했다.
공수처는 전날 오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될 것과 관련해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현재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사실상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풀어보려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최 권한대행이 공수처의 요청을 들어줄지 미지수인데다 애초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전날 공수처가 5시간 반 만에 철수할 당시에도 공수처를 향해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 '애초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영장 집행 저지 경호처·55경비단 처벌?…경호처장 등 입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대치 상황 끝에 집행을 중지한 후 철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편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영장 집행을 가로막으면 직무유기, 특수공무방해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 공문을 경호처에 송부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지난 1일 "바리케이드,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라고 경고했다.
공수처가 예고한 대로 영장 집행을 막은 경호처와 55경비단은 형사 입건될 전망이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어 형사 입건과 추후 사건 처리는 경찰이 맡게 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이날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또 채증 영상을 분석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거나 몸싸움을 벌인 경호처와 55경비단 관계자 역시 입건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