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욱 기자179명의 사망자가 나온 '제주항공 참사' 현장은 각계각층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들은 참사 발생 후부터 밤낮 없이 줄곧 유가족 곁에 머물며 생필품과 심리 안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 유가족들이 자주 드나드는 통로 한 구석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들은 가판대에 라면과 바나나, 달걀 등 음식과 생수, 커피 등 음료를 쌓아둔 채 도움이 필요한 유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한 자원 봉사자는 통로를 지나다니는 유가족들을 향해 "힘내십시오! 한국 교회가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자원봉사자들은 추운 겨울날 공항에 상주하는 유가족들을 위해 "아침에는 어묵탕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묵탕을 나눠주는 부스마다 유가족들이 차례로 줄 서 있었고, 유족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 시린 마음을 달래는 듯 어묵탕을 함께 먹고 있었다.
무안청계중앙교회 이윤동 목사는 CBS노컷뉴스와 현장에서 만나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데 청심환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어서 청심환 같은 것도 준비했다"며 "어떤 말로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겠느냐. 한국 교회가 모든 이들의 아픔을 품고 기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사 직후 가족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무안국제공항으로 몰리면서 공항 1층과 2층에는 유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재난 구호소 수백 개가 설치됐다. 구호소마다 대한적십지사, 희망브리지 등 지원 단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단체 부스를 찾은 유가족들. 양형욱 기자대한적십자사 소속 136명의 봉사자는 유가족들에게 재난 구호소 150동, 담요 200매, 라면 320개, 김밥 100줄, 생수 800개, 간식과 상비약 등을 제공하고 있다. 생필품 외에도 재난심리회복지원차량, 샤워 차량이 제공된다.
대한적십자사 광주광역시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소속 박진영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고향인 광주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박씨는 "재난이니까 당연히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광주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항)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안 좋다"고 씁쓸해 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재난 구호 쉘터'. 유가족들은 전날인 29일부터 공항에 상주하면서 희생자들의 신원 등을 확인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이밖에도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는 커피와 차, 생수 등 각종 음료와 마스크를 유가족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역시 대한적십자사와 마찬가지로 재난 구호소와 응급 구호세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