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언론 위축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이어지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야권과 시민단체의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에 대해 "입법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존중하고 지켜본다"며 "국회에서 진행된 과정 자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대통령실 차원의 논의는 없다"며 "국무회의가 임박해서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강유정 대변인이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위험직무 순직 유가족 초청 오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정보통신망법이 규율해온 '불법 정보' 범위를 넘어,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자체를 금지했다는 점이다.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 중,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언론사나 유튜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체가 이를 고의로 유통해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악의적·반복적 유포로 판단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도 가능하다.
이를 두고 규제 기준이 추상적이라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보수·진보 정당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공공의 이익 침해', '허위', '조작' 등의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권력 비판 보도나 공익적 문제 제기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치인·고위공무원·대기업 등 권력자들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가짜 뉴스 규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진실을 말할 자유'와 '권력 감시'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원외 정당인 정의당도 "일부 조항만 땜질했을 분 '권력자의 언론 입틀막 소송법'이라는 본질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한국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 역시 "국가가 허위 조작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법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정되며 졸속 논란을 낳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한때 '손해를 가할 의도'와 '부당한 이익 목적' 등 고의성 요건이 삭제됐다가, 위헌 논란이 커지자 다시 포함됐다.
연합뉴스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폐지 검토를 지시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최종안에 그대로 남았고, 허위 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도 반영되지 않았다. 과방위 안과 법사위 안이 오락가락하면서 "강성 지지층 여론에 휘둘린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질의에 "(언론 보도로) 나도 엄청나게 많이 당했다"며 "악의적인 (가짜뉴스에만) 엄격하게 하되, 배상액은 아주 크게 하자"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언론만을 타깃으로 삼지 않고 규제를 강화하자'고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통과 이후 수많은 비판에도 이 대통령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논란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