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동혁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과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12·3 내란사태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을 거부한 데 이어, 탄핵안이 통과된 재표결에서마저 85표에 달하는 반대 표를 던진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역사가 심용환은 "구시대적인 것들에 매몰된 지금 국민의힘은 역사에서 지워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심용환은 16일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명분 없는, 이념 없는 정당으로 퇴행해왔다는 사실이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집단의 정체성을 바꿀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만큼 '보수'라는 타이틀이 유지될 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의 뿌리는 전두환의 민정당인데,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국민의힘이 시대정신을 거스르면서 소멸의 길을 걷는 현상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가 뒤늦게 발현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6월 항쟁으로부터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국민의힘이 정체성 부재로 결국 소멸의 길을 걷는다면 이는 장기 민주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화의 한 축이라던 보수정당이 사회 개혁에 반대하고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 세력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한 세대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한국의 주류 세력이 완전히 교체되고 있는 셈이죠."
심용환은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공화국에 어울리는 정당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노태우·김영삼 정권에서는 그나마 시대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완벽하게 과거로 회귀한 탓"이라고 그는 지목했다.
"절호의 기회…다음 5년에 대한민국 미래 달렸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단체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파면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심용환은 "김영삼 정권 말에 불거진 외환위기를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며 "그간 국민의힘은 '산업화' 신화를 등에 업고 '우리가 그것을 해결하겠다'면서 인위적으로 버텨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마저 한계에 부딪히자 이승만 등 논란의 인물을 미화하는 작업으로 이념화의 길을 걸어왔다"며 "그런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극우화의 단초를 제공한 꼴이 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고 부연했다.
특히 심용환은 "만약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고 또 한번 국민들 기대치에 못 미치는 국정 운영을 할 경우 더욱 극단적인 세력이 판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올리고 국민의힘이 다시 세력을 불릴 수 있던 데는 문재인 정권의 역할이 있었다고 봅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게 국민들은 더 큰 변화와 개혁을 바랐어요. 하지만 결국 이러한 열망은 억눌렸고, 그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든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크게 얻었으니까요."
그는 "우리 민주주의는 압제·독재 권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반면 '어떤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에 방점을 둔 사회 개혁 경험이 부족하다"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개혁의 길을 꾸준히 이뤄 나가야 한다. 다음 5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