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자기방어적이에요. 생각 있는 국민들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변명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겁니다."
12일 대통령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 관련 대국민담화를 본 '언어와생각연구소' 최종희 공동대표의 소감이다.
최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윤석열이 대국민담화에서 언급한) '광란의 칼춤' '국헌 문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 같은 표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화살"이라고 봤다.
그동안 관련 저서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사들 말을 분석해온 최 대표는 윤석열의 언어를 두고 '막말' '상말'이라는 표현을 썼다.
"늘 술자리 언어 수준에 머물러요. 공식석상에서는 존댓말을 쓴다지만, 그 바닥에 깔린 철학의 부재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이미 그간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에서 여러 차례 봐왔잖아요. 고치기 힘든 습관인 셈이죠."
최 대표는 "결국 윤석열의 언어에는 철학이 없다"며 진단을 이어갔다.
"살아오면서 상대를 낮춰 보고 깔아뭉개는 말이 입에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 생활도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겠죠. 지난 (2022년 9월) 미국 순방 당시 벌어진 실언(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논란이 그 단적인 예죠."
그는 "말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자기 홀로 머무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지난 길을 돌아보는 건데, 이른바 '고독력'"이라고 전했다.
"윤석열의 말에는 '지금 상황만 넘기면 된다'는 자만과 오만이 가득합니다. 탄핵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가진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늘 담화에서는 그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자기 언어에 관한 철학이 없으니 '이번만 넘기고 보자'는 생각으로 벌이는 자기 기만적인 일입니다."
특히 최 대표는 "윤석열이 합리적인 사람일 수 없다는 데 지금 우리 사회의 비극은 잉태돼 있었다"며 "익히 여러 의혹을 통해 알려진 대로 주술 등이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줬다고 믿는 듯한 윤석열 부부에게서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힘에 대한 맹신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술적 힘이 자기를 구제해 준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만큼 그러한 무속문화에 크게 의존했을 테죠. 윤석열은 지금 스스로 망하는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자기 언어로 대표되는 철학 없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들만 좇아왔으니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탓이죠."
최 대표는 윤석열이 철학 없이 자행해온, 임시방편적인 말의 거품이 결국 국민들마저 배신하게 만드는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언어는 곧 그 사람입니다. 아마도 윤석열은 지금도 여전히 자기 말의 품격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결과는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졌어요. 순자(荀子)는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고 했죠. 나라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신한 결과는 혹독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