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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는 순간접착제 같은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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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의경 '두리안의 맛'
정덕시 '거미는 토요일 새벽'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장편소설 '콜센터', 소설집 '쇼룸'을 통해 노동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핍진하게 그려온 소설가 김의경의 신작 소설집 '두리안의 맛'이 출간됐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사회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이다. 그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공장에 출근하고, 팬데믹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어른들의 관심 밖에 놓인 비행청소년들이,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당일 아르바이트를 구하며 근근이 먹고살아가는 인물들이 촘촘하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소설은 부품처럼 부려지다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의 복판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비단 청년세대만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다. 삼각김밥 공장에 젊은 노동자들이 유입될 때마다 위기를 느끼며 뼈가 부서져라 애쓰는 칠십대 할머니 소순(순간접착제)과, 백화점에서 감정 노동을 하던 기억을 회상하는 사십대 여성 '나'와 '혜수'(호캉스)의 상황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놓인 사회의 벽 앞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가야 하는 청년세대의 고민, 불안정한 중장년층의 거주 문제, 노년층 노후 문제 등 급변하는 사회 속 힘겨운 공존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92쪽


은행나무 제공 은행나무 제공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펫로스'와 '동물권'이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다룬다.

가깝고 소중한 존재의 상실에 대해 다루는 한편, 반려동물로는 다소 생소한 '거미'를 다루면서 현실의 시선이 틈입한 곳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17년간 함께한 반려동물 '두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희는 타란툴라, 거미다. 소설은 주인공이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대해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두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일, 두희를 인공적 환경에서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하고 상실을 기꺼이 다루어 나간다.

타인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나의 소중한 존재의 이야기를 통해 '펫로스' 이상의 관계로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우리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다.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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