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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후 줄잇는 복합산재 신청…신음하는 화순탄광 퇴직 광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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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1호 탄광 전남 화순탄광이 지난해 6월 폐광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118년 탄광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쓴 200여 명의 광부들이 남은 생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재해로 신음하고 있다. 광주CBS는 화순탄광 광부들의 산업재해 현황과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보는 특별기획 '화순 폐광 180일, 신음하는 광부들'을 마련했다. 2일은 첫번째 순서로 폐광 후 망가진 몸으로 복합산재 신청에 나서고 있는 광부들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광주CBS 특별기획 '화순 폐광 180일, 신음하는 광부들'①]
화순 탄광 지난해 6월 퇴직 노동자 200여명
160명가량 근골격계 질환 등 줄지어 산재 신청
탄광 노동자 폐광 후 상당수 복합산재에 시달려
광부, 4~6곳 복합산재에 수술 또는 재활중

한 탄광노동자가 전남 화순 탄광에서 석탄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한 탄광노동자가 전남 화순 탄광에서 석탄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폐광 후 줄잇는 복합산재 신청…신음하는 화순탄광 퇴직 광부들
(계속)

지난해 6월 폐광한 전남 화순 탄광에 마지막까지 남아 근무한 광부는 200여 명. 이 가운데 80%에 이르는 160여 명이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상당수는 여러 질환을 호소하는 복합산재 대상자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광부로 일했지만, 꿈에 그리던 정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한때는 산업화의 주역이라 칭송받았지만, 이제는 아픈 몸만 남았습니다."

탄광 노동자 임용귀씨. 김한영 기자 6곳의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2대째 탄광 노동자인 임용귀씨. 김한영 기자 
지난해 6월 퇴직한 탄광 노동자 임용귀(49)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광부라는 직업을 선택할 만큼 자부심이 컸다.

해가 갈수록 석탄 산업이 사양화의 길로 들어섰지만, 누군가에게 쓰일 소중한 연탄 한 장을 위해 정년 때까지 석탄을 캐는 것이 임 씨의 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화순 탄광이 폐광으로 문을 닫으면서 하루 아침에 퇴직자가 된데다 복합산재로 인해 다른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임씨가 산업재해를 신청한 부위는 양 팔꿈치와 어깨, 목 등 모두 6곳에 이른다. 임씨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팔꿈치와 목 왼쪽 어깨 등을 수술했다. 다른 3곳의 수술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1년은 병원 신세를 져야한다.

임씨는 "화순 탄광이 문 닫기 전에 먼저 산재 등록을 했다"면서 "올해 1월부터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에서 작은 돌을 맞으면 별로 안 아프다"면서 "막상 작업 도중 맞아도 현장에서 못 느끼지만 위로 올라면 압력 차이때문에 멍도 크게 들고 통증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광부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이동수단인 '인차'에 올라타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광부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이동수단인 '인차'에 올라타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보통 임씨와 같은 광부들은 이른 아침 사무실에서 안전 교육을 받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안전 헬멧에 부착된 램프에 의지해 탄광으로 진입한다. 터널 입구에서 3㎞ 아래의 채탄장으로 가기 위해 인차(갱도로 이동할 때 타는 차량)를 2~3번 갈아타며 작업 현장으로 이동한다. 작업 현장이 지상에서 수직으로 수백여m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인차를 타고도 30분 정도 걸린다.

작업장의 평균 온도는 30도 이상이다. 습기와 지열 때문에 체감 온도는 40도에 육박해 탄광에서는 체력과의 싸움이다. 특히 탄광의 특성상 좁은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많은 탄광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탄광노동자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안전 헬멧에 부착된 램프에 의지해 석탄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탄광노동자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안전 헬멧에 부착된 램프에 의지해 석탄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또 다른 화순 탄광노동자 손병진(56)씨도 기계공에서 현장직으로 업종을 변경한 후에 폐광 때까지 7년 이상을 채굴 관련 일을 하면서 여러 부위에 걸쳐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고 있다. 손씨는 허리, 팔꿈치, 어깨, 목 부위에 대해 산재 신청을 했으며, 오른쪽 팔꿈치 1곳의 수술만 남겨두고 있다.

손씨는 "일을 그만두고 나니 아픈 곳이 많아졌다"면서 "그동안 어떻게 참고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리는 산재 신청에서 탈락해 현재 재심을 넣어둔 상황이다"면서 "정말 아픈 곳은 산재 신청에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장남인 손씨는 6명의 형제·자매 중 단 1명을 제외한 5명이 탄광에서 근무한 탄광 가족이다.

손씨는 "매년 폐 검사를 받고 있다"면서 "아직은 젊어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많은 선배들이 나이가 들어 진폐증으로 힘들어한다. 70세가 넘어가면 많은 동료들이 진폐증을 호소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탄광 노동자인 김광현(68)씨는 자녀들의 학비 때문에 힘든 노동을 견뎠다. 자영업을 하다가 뒤늦게 고향인 화순으로 돌아와 지난 2008년 42세에 탄광 노동자로 새롭게 출발했다.

김씨는 "늦은 나이에 딸 둘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힘든 광부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딸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니 남는 것은 아픈 몸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탄 작업은 물론, 주위 동료들에게 장비를 보충하거나 전달하는 일도 했다. 김광현씨는 좁은 곳을 기어가고 무릎 꿇는 작업 등을 반복하면서 양어깨와 팔꿈치, 경추를 다쳤다. 어깨 2곳과 팔꿈치 1곳을 수술했다.  

탄광 노동자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지하수를 맞으며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탄광 노동자들이 전남 화순 탄광에서 지하수를 맞으며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화순탄광에서 지난 2006년부터 석탄 채굴 작업을 해온 김모(49)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씨는 어깨 2곳, 팔꿈치 2곳, 목 등 5곳의 산재를 신청했다.

김씨는 "숨 쉬기 힘들고 연기도 나서 앞도 안 보이는 곳에서 10여 년 이상 근무했다"면서 "작업 현장은 비좁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아, 산재 신청 부위를 제외하더라도 여러 곳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재로 인해 수술까지 받았고, 앞으로의 취업을 걱정하고 있다.

김씨는 "혹시나 산재 경력 때문에 앞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너무 막막해 산재가 끝나면 이제 어떻게 취업할지 늘 이러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화순 탄광 노동자들은 산재 치료가 끝난 후 지역에 새로운 산업이 들어와 다시 고용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화순 탄광 노동자들은 과거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지만, 폐광 후 복합산재에 시달리며 고단한 삶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광부들이 전남 화순탄광 진입을 위한 터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광부들이 전남 화순탄광 진입을 위한 터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남 화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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