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제공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군 비행단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2차 가해 사건에 대한 방문조사를 결정했다. 다만 의결 과정에서 군 성폭력 전문가를 조사팀에서 배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는 공군의 한 비행단에서 벌어진 성폭력과 부대 내 2차 가해 사건에 대해 현장 방문조사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김용원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이 군대 내 성폭력 전문가인 원민경 인권위원의 조사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주장하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방문조사 의결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군인권소위는 위원장인 김 위원과 비상임위원인 원 위원, 한석훈 위원 등 총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 위원은 군대 내 성폭력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한국여성의전화 이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1년 군대 문화 개선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고 개선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최근까지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원 위원은 "인권위법에 따르면 위원이 방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는데, (특정 위원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위원은 "(김 상임위원이) 군인권보호관에게 구성원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면 방문 조사 자체를 의결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사건의 시급성을 고려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인권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등이 문제를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공군 비행단 소속 A전대장(대령)은 지난 10월 24일 회식 후 같은 부대 소속 여군 장교 B소위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전대장은 추가 술자리를 강요한 뒤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B소위를 물리적으로 제압해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 상담소가 밝힌 내용이다.
김 위원이 담당하는 '군인권보호관'은 2014년 육군의 사인 조작·은폐 시도가 있었던 '윤일병 사건' 이후 도입이 논의됐다. 이후 2021년 공군에서 성폭력 사건을 방치해 피해자가 숨진 '이예람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인권위에서 군인권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내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방문조사에서 세부적으로 결재 권한이 명확히 규정된 게 아니고, 소위원회 위원이 직접 조사 참여를 희망하는데 이를 막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해당 안건을 다루는 소위원회 위원만큼 관련 사안에 전문성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