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수시 논술시험 유출 논란'을 빚은 연세대를 상대로 수험생들이 제기한 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였지만, 연세대가 불복 절차를 밟으면서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기보다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의 이의신청으로 법원은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 사안을 절차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하고, 재시험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은 아직 첫 재판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험생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가처분 이의신청 오늘 심문…항고심은 열릴 가능성 높아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연세대의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과정에서 불거졌다. 응시생이 30명이었던 한 고사장에서 감독위원의 착각으로 시험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포됐다가 회수됐고, 이 같은 사고와 맞물려 시험 문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수험생 18명은 연세대를 상대로 재시험을 이행해 달라는 집단 소송과 해당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지난 15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재시험 여부에 대한 판결 선고 전까지 해당 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연세대는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하며 같은 날 법원에 이의신청서와 신속기일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재시험 이행을 촉구하는 일부 수험생 측과,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 모집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이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 측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번 가처분을 둘러싼 항고심 절차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가 연세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학교 측은 기존 입시 일정대로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경우 수험생 측은 즉시 항고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대로 연세대의 이의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연세대도 즉시 항고에 나설 기류다. 연세대는 지난 15일 법원에 제출한 신속기일 지정신청서에서 "항고심 결정까지 내려진 이후에 논술시험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항고심 결정은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다음 달 13일엔 연세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같은 달 26일엔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마감이 예정돼 있어 항고심 결정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재시험을 이행해 달라는 본안 소송의 경우엔 첫 재판 일정조차 아직 잡히지 않았다.
연세대 "이의신청, 혼란 최소화 방안"이라는데…수험생 피해 우려↑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연세대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의신청 배경에 대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향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차적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2월 13일 예정된 합격자 발표 전까지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는 대신 재시험 만큼은 피하기 위한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염두에 둔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단 소송 관련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선 변호사는 앞서 연세대의 이의신청이 이뤄지자 "합격자 발표일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시간을 계속 끌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법적 다툼이 길어질 경우 결국 연세대가 검토 중이라는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 모집 인원(261명)의 정시 전형 이월 방안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선 입시업계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나온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논술 전형 모집 인원이) 정시로 이월된다면 사실상 (논술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수시 지원서 6장 중 1장을 날려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도 "최저 등급이 없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수능을 보지 않고 연대 논술만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해당 학생들의 경우 기회를 아예 박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극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