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군사법원장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자백한 제보자에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유출한 전직 부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박모 전 부장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고검 감찰부는 지난 9월 12일 박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는 2019년 11월 10일 밤 11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서 수사 대상 업체의 압수물 중 개인정보 등이 기재된 금전대차약정서 68장을 A씨가 사진 촬영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12월 4일 밤 10시20분쯤 같은 검사실에서 수사 대상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59장을 같은 방식으로 A씨가 촬영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경남지역의 군용 식품 납품업체 B사의 감사였다. 그는 검찰에 B사 대표인 C씨가 이동호 당시 고등군사법원장 등 여러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내용을 제보한 제보자 신분이었다.
당시 박씨는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였다. 검찰은 이 전 군사법원장을 뇌물수수 등으로 2019년 12월 구속 기소했고 이듬해 11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사건을 제보한 A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년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9년 11월 5일 B사 사무실과 경리직원의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확보한 압수물을 A씨가 촬영한 것은 겨우 닷새가 지난 그해 11월 10일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이 검찰 수사관들에게 제보자인 A씨에게 압수물 등 사진촬영이 필요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런 박씨의 지시를 받은 수사관들이 A씨 조사 과정에서 압수물을 유출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한편 검찰은 박씨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송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은 뒤 지난 6일 박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현재 퇴직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