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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갑자기 친절해진 중국[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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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시진핑, 바이든 만나 불만 쏟아내더니…韓中 정상회담서는 '러브콜'
최악으로 치닫던 韓中관계 개선 국면…'전랑외교' 대신 '판다외교'?
트럼프 복귀에 韓 필요한 中…양국간 쌓인 '난제 해결' 기회 삼아야

연합뉴스연합뉴스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환영한다", "중국은 한국이 내년 APEC 개최국을 맡는 것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한국과 다자간 조율과 협력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앞에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통상적인 '립서비스' 정도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다음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면전에 두고 '중국 봉쇄', '악랄한 경쟁' 등을 언급하며 불만을 쏟아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시 주석의 불만은 퇴임을 불과 두달여 밖에 남기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 보다는 중국에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을 향한 '봉쇄'와 '경쟁'에 일정부분 힘을 보탤 수밖에 없었던 한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 역시 트럼프의 귀환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대선을 전후해 한중관계 복원에 꽤나 신경쓰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시범 정책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한중관계가 사상 최고였다고 평가받는 2010년대 초반에도 없었던 파격적인 조치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의 일정 문제로 불발됐던 양국 정상회담이 이번에 성사되는 등 한중간 고위급 접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랑외교'가 '판다외교'로…트럼프 2.0 시대 준비하는 中


중국 외교 당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이유로 외교적 결례나 다름없는 막말을 퍼붓는 등 한국을 향해 유독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날을 세웠다.

이는 윤석열 정부들어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 성격이 강했다. 미국과 보다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을 힘으로 찍어 누르며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2년 만에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등 지난해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조태열 외교장관이 중국을 찾는 등 한국 정부의 노력과 함께 중국 측의 태도 변화도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전랑외교'에서 '판다외교'로 전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이런 입장 변화에는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중국의 복잡한 외교적 셈법도 일정 부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맹을 돈, 또는 거래 관계로 보는 트럼프의 귀환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대중 견제 노선에 균열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이는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대선기간 한국을 '머니머신'(돈 나오는 기계)이라 부르며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한국 기업이 수혜 대상인 미국 정부의 지원금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동맹을 중요시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한미 동맹, 그리고 대중 견제 노선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같은 행보를 중국은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韓 필요한 中…양국간 해묵은 난제 해결 기회로 삼아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중국이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한중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을 만나 "양측은 국제 자유 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글로벌 및 지역 산업과 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시 주석의 발언에 그 이유가 다 담겨있다.

동시에 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양국 관계에서 한국의 협상력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자, 더 나아가 그동안 양국간 풀지 못했던 난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방중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며 자존심을 세우기 보다는 윤 대통령이 통크게 먼저 중국을 찾는건 어떨까?

현재로서는 시 주석이 내년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앞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비롯해 양국간 해묵은 난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도 트럼프 당선인 역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주 APEC에서 한중 정상이 따로 만나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고 성과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익을 위해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고 실리를 먼저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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