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여야 지지층이 총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당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갖가지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누구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제3의 인물을 물색하려는 움직임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여야 모두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존 여야 대표들이 리더십 리스크를 안은 채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 상태만 지루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들만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유죄' 강한 파급력…'무죄' 판결 없인 회생 힘들 듯
당초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나왔었지만, 징역형 선고를 예측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대표와 야권에서는 그의 무죄를 확신했던 만큼 징역형 선고의 파장은 더욱 커진 상태다.
무엇보다 검찰 구형이 더 높은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극과 극'으로 예측이 엇갈린다.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위증을 부탁하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유죄 선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법원이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데다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경우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통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정 구속 가능성까지 군불을 떼고 있다.
민주당은 항소심에 기대를 걸면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흠집 난 이 대표의 리더십을 복원(復原)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한과 독립성을 침해받는 경우"라며 "'미친 판결'이라고 하는 등 사법부를 향한 도 넘는 비판과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을 '무죄 호소'라고 이해해 줄 재판부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까지 법원에 발이 묶여있다. 위증교사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것 외에 리더십 복원의 기회를 찾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이재명 반사이익 노리기엔…尹 명태균·골프 악재 중첩, 힘 잃은 韓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 대표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연일 비판 메시지를 내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친윤·친한계도 이 대표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모처럼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위기가 한 대표에게 기회로만 작용하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단기적 리스크와 장기적 리스크 모두 한 대표에게 계속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
당장 한 대표는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대표의 다음 선고일(25일)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28일)까지 원내에서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겠지만 그 뒤로는 당무감사를 하라는 친윤계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에서도 유죄를 받으면 회생 불능이 되는 만큼 여권은 '단일대오'로 있을 필요가 없다"며 "휴전이 끝나면 친윤계는 당원게시판 불씨를 계속 살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가 무조건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딜레마'라는 고질적인 리스크에 대한 해법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한 대표는 수평적 당정 관계를 전면에 내걸고 당대표에 당선됐지만, 당초 약속했던 '제3자 채 상병 특검법'은 무위로 돌아갔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언급했던 특별감찰관 재도입 선에서 사실상 타협이 이루면서 더 이상 차별화 지점도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휘청이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힘을 잃어가는 사이 윤 대통령의 입지는 어떤가. 김 여사 리스크는 명태균발(發) 공천 개입 의혹으로 번지면서 윤 대통령 본인에게까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지방선거 개입 의혹이 겨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대국민담화에 나섰지만, 담화 이틀 후 골프를 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골프를 친 시점의 문제 뿐 아니라, 대응 과정에서 '트럼프와의 친교'를 구실로 들었지만 당선 전 골프 일정이 새롭게 나오면서 '거짓 해명' 비판을 받았다.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흠결투성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동시에 있던 적이 (헌정사에) 없다"며 여야 모두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한편, "25일 선고에서도 유죄가 나오면 야권에서도 후보 교체론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