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씨얼리얼 옥션이어스 홈페이지 캡처김건희씨에게 그림을 전달하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이우환 화백 그림'의 진품 여부와 가액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해당 그림이 해외 경매를 통해 고가에 거래된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진품 여부와 가격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박정제 민달기 김종우 고법판사)는 지난 3일 청탁금지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의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2월 김건희씨에게 이듬해 총선 공천과 인사 등을 청탁할 목적으로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No.800298'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가로부터 차량 리스비와 보험료 등 약 4200만 원을 대납받은 혐의도 있다.
지난 3일 재판부는 "그림이 실제 전달됐는지뿐 아니라 진품인지, 가액이 얼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쟁점을 재확인했다. 청탁금지법은 100만 원 이상 금품 수수 시 형사처벌 대상인 만큼, 해당 그림이 진품인지와 실제 가치가 사건 성립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특검은 해당 그림이 해외 경매를 통해 고가에 거래된 작품이라며 김 전 부장검사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진품 여부와 가격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며 "증명 책임은 전적으로 특검에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전 부장검사 측은 특검이 제출한 자료가 은행 애플리케이션 캡처나 경매 사이트 화면 등에 그친 점을 문제 삼았다. 고가 미술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수입신고필증이나 관세 납부 내역 등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건희 씨 측에 '이우환 화백' 그림을 선물하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왼쪽)와 김건희씨. 황진환 기자·류영주 기자 통관 여부 역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관 기록은 해당 작품이 실제 해외에서 반입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데,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결과에 따라 작품의 출처와 진품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진품 여부 역시 감정기관 간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그림의 가치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고가 미술품 제공'이라는 공소 구조 자체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항소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에서 1심 유죄로 인정된 '선거용 차량 비용 대납'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비용부담은 실질적으로 증여의 성격을, 무상대여는 반환을 전제로 하는 금전소비대차의 성격을 가진다"며 양자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은 사업가 김모씨의 대납을 비용부담으로 보면서도 피고인의 의사는 무상대여로 판단했다"며 "객관적 구성요건과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가 다름을 인정하고도 유죄로 본 것은 불고불리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불고불리 원칙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법원이 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원칙이다.
재판부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변호인이 짚은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객관적 사실관계는 비용 대납으로 본 것 같은데, 고의 부분을 이 사건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1심 논리대로 고의가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비용 대납으로 보면서 유상 대여가 인정되지 않는 것인지 등 검찰 측 항소이유가 혼재돼 있다"며 "정리를 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그림의 진품성과 가액, 정치자금 성격 판단, 그리고 고의 인정 구조까지 핵심 쟁점이 중첩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성립에 직결되는 요소들이 수사 단계에서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재판으로 넘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1심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씨 측에 시가 1억4천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며 선거 차량 비용을 대납받은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항소심 공판은 오는 8일 이어진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부장검사에게 그림을 팔았다는 미술품 중개업자 강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고, 오는 17일에는 그림을 직접 가져와 감정인 및 양측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