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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에게 물었다…감독님 영화는 왜 어렵나요?[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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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더 킬러스' 총괄 크레에이터이자 '무성영화' 연출자 이명세 감독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을 위한 안내서 <하> 이명세 감독의 영화담(談)

영화 '더 킬러스' 이명세 감독. 이명세 감독 제공영화 '더 킬러스' 이명세 감독. 이명세 감독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이명세 감독 영화에 대한 감상평 중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난해하다."
 
이는 관객의 잘못도, 이명세 감독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문법의 차이다. 조금 더 풀자면, 보통의 영화가 '소설'이라면 이명세 감독의 영화는 '시'에 가깝다. '영화'를 이야기로 풀어 전달하는 게 보통의 영화라면, 이미지에 의미를 함축해 전달하는 게 이명세 감독의 영화다.
 
소설과 시에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듯이, 이명세 감독의 영화 역시 접근법을 달리하면 낯섦은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힌트는 그저 온 감각을 스크린에 맡기고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이미지에 담긴 것들에 대한 이해는 영화관 밖을 나와 해도 늦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는 이명세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그가 귀띔해 준 감상법을 적용해 '더 킬러스'와 그의 이전 작품들에 한 걸음 더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해 봤다. [편집자 주]

 
보그 코리아 제공보그 코리아 제공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두고 직접 연기한 배우는 물론 관객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난해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감독에게 이에 관해 물었다. 곧바로 "인정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낯설면 '처음 보는 건데?' '처음 보는 맛인데?' 이렇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어렵고 난해하다고 하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보겠다"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보통의 영화와 감독은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한다. 영상과 사운드는 이러한 영화의 중심인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한, 혹은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처럼 작용한다. 그러나 이명세 감독에게 영화란 '이미지'다. 조금 더 확장하자면 이미지와 사운드, 그리고 움직임이다. 내러티브보다는 영화의 본질인 이미지를 중시한다. 그렇기에 그를 두고 사람들은 '비주얼리스트'라고 부른다.
 
'무성영화'는 '형사: duelist' 'M'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등에서 보여 온 이미지와 사운드 중심의 연출을 보다 극대화해 드러낸 작품다. '무성영화'라는 제목처럼,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가장 순수하고 영화적이었던 영화를 향한 이명세 감독의 꿈이 선명하게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꾸준히 그려왔던 그가 바라온 영화, 그가 생각하는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한번 물어봤다. 어쩌면 이번 이야기를 통해 이명세 감독과 그의 작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더 킬러스' 포스터.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포스터. ㈜스튜디오빌 제공
▷ '더 킬러스' 속 네 편의 영화 중 '무성영화'가 원픽이었다. 아직도 '사의 찬미'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고,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에 맞춰 인물들의 발 움직임이 떠오른다. '무성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지향하는 영화, 감독이 여전히 꿈꾸는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명세 감독> 
제목도 중의적인 의미다. 영화의 시작이 무성영화인데, 영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가 하나 있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히치콕 감독의 유명한 이야기다. '오명'(1946)의 키스 신을 찍을 때, 캐리 그랜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을 묶어 놓고 찍었다고 한다. 그때 히치콕이 스크린에 보이는 것만이 진짜라고 했다. 키스하는 사람은 절대 떨어지면 안 되기에 묶어 놓은 것이다. 히치콕은 사랑하는 사람은 떨어지면 안 되는데, 물리적으로 하다 보면 스크린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비욘드 이미지'다. 히치콕은 '떨어지면 안 된다'라는 것, 그 느낌을 스크린 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내러티브 적으로는 키스 신이지만, 그 너머에는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의미가 있는 거다.
 
나는 그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술(영화 속 액션)을 예로 들자면, 퍼포먼스 자체가 보이는 걸 무술을 잘한다고 하는데, 사실 화면 안에서 힘이 보여야 한다. 퍼포먼스가 아니다. 영화 음악이지 영화 '음악'이 아니고, 무술도 영화 액션이지 영화 '액션'이 아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M' '형사: Duelist' 스틸컷. 다음 영화 제공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M' '형사: Duelist' 스틸컷. 다음 영화 제공 
▷ 실제로 다른 영화를 볼 때보다 '무성영화'를 볼 때 오롯이 스크린에 집중하며 스크린에서 보이는 것들에 몰입하며 즐기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그 움직임과 이미지들이 궁금해졌다. 확실히 '무성영화'는 '형사: Duelist' 'M' 등 이전 작품들보다 더 무성영화의 형태에 가깝다. 제목처럼 초창기 영화의 형태인 무성영화에 대한 꿈과 향수가 담겼다. 어쩌면 처음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형태 아닐까 싶다.
 
이명세 감독>
나는 늘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김연수 소설가가 아주 멋진 말을 해서 응용해서 쓴다. 소설을 소설로 쓰는 소설가이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를 영화로 찍는 영화감독이고 싶다.
 
난 아직도 영화와 이야기하는 중이다. '너 뭐야?' '너는 누구지?'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바로는, '이미지'란 한 단어로 말할 수 없지만, 비욘드 이미지가 있다.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거고, 거기에 사운드가 들려주는 어떤 것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영화다.
 
영화가 시에 가깝다는 건 그만큼의 압축적인 이미지가 가진 느낌 때문에 그런 거다. 음악에 가깝다는 건 리듬과 운율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그 정도의 정체성이 있다. 이 정체성이 사실 어느 순간 다른 쪽으로 다 바뀌어 버렸다. 영화가 자본 시장에 던져지면서 영화라는 매체이자 예술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거다. 그 정체성을 찾아줘야 하는 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난 '영화가 무엇인가?'만 질문할 뿐이다. '영화가 뭐지?' '내가 왜 영화를 하지?' '내가 왜 영화감독이 됐지?' 어떤 소재를 택할 때 '이게 영화를 옮겨질 수 있겠구나' 할 때 영화를 찍는 거다. 이미지가 먼저지 소설이 먼저가 아니다. 모든 게, 아무거나 다 영화가 되는 게 아니다. 영화로 옮겨서 살아날 수 있는 것, 영화로 만났을 때 빛을 볼 수 있는 게 있다.
 
▷ 그렇기에 '무성영화'는 대사를 듣고 머리로 이해하려 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배우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느끼며 스크린이 주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미지가 주요하게 사용되는 영화는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이명세 감독>
영화의 이미지란 건 압축되는 거다. '누군가가 온다'라는 걸 드라마라면 일일이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한 사람이고, 수많은 사람을 어떻게 죽였고 등등. 그러나 영화는 압축된 거다.
 
영화 속에서 한여름인데도 킬러들은 선샤인 등 다른 사람들과 복장에도 차이가 있다. 검은색 코트에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다. 이 느낌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때 아주 미친놈들 같았으면 했다. 이 미친놈들이 사람을 죽이러 가는데 웃고, 마치 놀이터 가듯이 가는 거다.

영화 '더 킬러스' 이명세 감독. 이명세 감독 제공영화 '더 킬러스' 이명세 감독. 이명세 감독 제공 
▷ 진짜로 그들은 마치 희열에 찬 듯한 모습으로 달린다. 군화 같은 구두 굽 소리도 마치 탭댄스를 추듯 경쾌하다. 그들이 정체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과 행동인 거다. 거기서부터 이미 그들은 살인을 놀이처럼 여기고, 살인을 통해 쾌감을 얻는 인물들임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이명세 감독>
이걸 내러티브로 설명하기 위해선 사실 누군가 한 명을 무차별하게 죽일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러면 리듬이 끊긴다. 웃음소리, 놀러 가듯이 달리는, 희열에 찬 미소, 이런 것들이 무섭고 기이한 느낌을 다 응축한 거다.
 
▷ 그런데 제목도 '무성영화'이고, 무성영화처럼 만들었는데, '무성'(無聲)은 아닌 무성영화다.
 
이명세 감독>
사실 맨 처음에는 내레이션도 없었다.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끔 한 것이지 설명도 없었다. (웃음) 주변에서 '감독님, 조금만 친절하게'라고 하길래 친절하게 설명한 거다. 영화는 관객들이 보는 거지, 내가 말하는 순간 지시어가 되면서 틀에 갇히게 된다.
 
▷ 영화가 관객들에게 가 닿고,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면서 영화는 확장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무성영화'에 첨벙 뛰어들어 느끼면 된다고 한 건가?
 
이명세 감독>
다르다고 해서 금방 수저를 내려놓지 말고, 금방 물속에서 나오지 말고 조금 느껴보면, 무지개가 일곱 색깔인 것처럼 '다르구나' 할 거다. 그냥 한번 영화를 느껴보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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