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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정의'를 묻다[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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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상> 주제 편
왜 류승완 감독은 사적 복수의 사이다 대신 정의와 신념을 물었을까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나쁜 놈들을 향해 직진했던 서도철이 돌아왔다. 9년 만에 돌아온 그는 여전하다. 그의 행보는 9년이 지나도 거침없고, 죄지은 놈들을 잡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도철이 머뭇거리는 순간이 생겼다. 지켜야 할 것들이 더해지며 갈등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고민 끝에 서도철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보다도 '서도철'다운 발걸음으로 말이다.
 
'베테랑'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돌아온 류승완 감독이 내놓은 '베테랑2'는 서도철만큼이나 깊어졌다. 심플하게 요즘 말로 '사이다'를 향해서 나아갔던 게 '베테랑'이었다면, '베테랑2'는 사이다 뒤에 가려진 '정의'를 다시 묻는다.
 
'사적 복수' 또는 '사적 제재'라 부르는 소재를 다루는 콘텐츠가 지향하는 것은 '사이다'다. 사법 제도가 지켜내지 못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정의로운 누군가가 나타나 가해자를 응징하는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현시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는 증명이다. 그러나 가해자를 처단하는 것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정의 실현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류승완 감독은 누구보다 피해자 편에서 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한 서도철을 통해, 모두가 불신하는 시스템의 한가운데에서 고군분투하는 서도철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사이다로 불리는 정의는 정말 정의로운지 질문한다. 왜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를 통해 사회적인 질문까지 던질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 자세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

류승완은 왜 서도철 통해 '정의'를 이야기했나

 
▷ '사적 복수' 내지 '사적 제재'는 그동안 여러 콘텐츠에서 시청자나 관객에게 이른바 '사이다'를 안길 요소로 사용됐다. 그런데 '베테랑2'는 사이다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 함께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한다. 왜 사적 복수와 정의라는 이야기를 영화 안에 담아보고자 했나?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어떤 질문들이 감독의 머릿속에 떠올랐었는지도 궁금하다.
 
류승완> 일단 2편이 9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과도 연결된다. 1편이 출발할 때는 투자배급사의 1번 타자 영화도 아니었고, 우리의 목표가 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너무 큰 성공을 거뒀다. 기록적인 스코어에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작용했다. 어떤 이슈가 발생할 때 영화에서 사용된 대사가 인용되고, 심지어 뉴스 프로에서 영화 장면과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세대들이 '베테랑'을 대하는 방식이 '사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결국 영화를 통한 사적 복수를 해버린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인데, 1편의 출발 자체가 어떤 사안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영화로 사적 복수를 한 거다. 이후 끊임없이 분노하고 화나고 비난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흘러 비난했던 대상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뒤바뀌는 경우가 있더라.

스스로를 지켜보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체가 뒤바뀐 상태에서 진짜 가해자가 밝혀졌을 때 이에 대한 비난의 온도가 처음 온도보다 훨씬 미지근해진다. 그리고 스스로가 섬찟했던 순간이, 분노의 타점이 잘못됐던 나 자신을 옹호하고 있더라.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내 안에서 계속 그러고 있는 게 되게 추잡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한테 그 질문이 생긴 것이다.
 
▷ 어떤 질문인가?
 
류승완> '내 안의 분노가 정당한 건가?' 그런데 우리는 신념이나 사회적 통념, 상식이 작용해서 우리 안의 정의의 개념에서 벗어났을 때 분노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내가 세워놓은 정의가 과연 객관성이 있는 것인가? 어쩌면 이 정의의 가치 기준에 선이 잘못된 데 그어져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무지성적인 맹목적인 신념이 되게 위험할 수 있는데, 나는 내로남불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서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다른 영화를 비롯한 많은 대중매체에서 이런 식의 사이다라는 걸 재밌는 게 다루는 건 많이 나왔다. 소화가 안 된다고 사이다를 계속 마셨는데, 이는 위를 버리는 걸 수도 있다. 내가 1편에서 사이다를 마시고 트림했는데도 체증이 안 빠진다면, 손가락을 딸 수밖에 없다. 아파도 한 번 시원하게 따고 체증을 내리는 게 낫다.
 
그렇다고 '베테랑2'가 해답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다만 순간적인 청량감이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겪고 있는 생각들을 이걸 외면할 수 없더라. 그래서 이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2편을 만들어보기로 한 거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 
▷ 극 중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는 오묘하다. 두 사람을 한 숏에 잡는 카메라로 잡는 방식부터 편집 방식 등을 본다면, '베테랑2'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류승완> 본질적으로 박선우는 서도철이 자신과 같은 기질의 인간, 즉 같은 유형일 거라 본 것이다. 영화 속 서도철이 했던 말들을 채집해 편집해 놓으면 서도철이 (전 소장을) 해치워도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박선우가 놓쳤던 것 하나가 뭐냐면, 박선우는 자기가 돌아갈 일상이 없는데 서도철은 돌아갈 일상, 즉 지켜야 할 게 있다는 점이다.
 
박선우는 자기 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다. 어쩌면 젊었을 때 서도철은 박선우처럼 될 수 있는 위태위태한 경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도철이 박선우와 가장 다른 지점이 뭐냐면, 직업윤리의 기준이 조금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서도철이 일상에서 겪는 직업인으로서의 행복과 박선우의 행복은 다를 것이다.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난 그 위에 지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즐긴다는 건 온전히 말 그대로 자기가 중심이다. 그러나 지켜야 한다는 건, 어떤 목적의 성취도 있지만 헌신이 따른다. 박선우는 서도철이 그 정도까지 헌신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 했던 거다.
 
박선우가 계산하지 못한 또 하나는, 박선우가 사법 제도의 힘 그러니까 사법 제도의 도덕 윤리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믿었다면 그런 짓을 안 했을 거다. 서도철을 그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박선우에게는 그를 잡는 게 중요했다.
 
또 서도철과 동료와의 우정, 팀워크를 예상 못 한 것도 계산하지 못한 것 중 하나다. 서도철 이외의 사람은 엑스트라라 봤을 텐데 그들이 결국 서도철의 아들을 구해주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았던 팀장이 등장해 피해자를 구한다. 결국 박선우의 오만함이 승패를 가로질렀다고 본다.
 
▷ 그렇게 본다면 결국 서도철과 박선우로 대변되는,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을 빌리자면, 각자의 정의와 신념의 대결이었다.
 
류승완> 서도철이 이전과 다른 게 뭐냐면, 모든 사람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했을 때도 서도철은 무지성적으로 달려들어서 형사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자꾸 갈등 요소가 작용하니까 서도철이 행동하기 전에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 상황을 반복한다.
 
결정 과정에서 자기와 한 번 충돌하고 선택하고, 행동으로 가니까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마주하는 악당과 부딪히기 이전에 자기하고 한 번 부딪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난 그게 근본적으로 전편과 다른 지점이라고 봤고, 그게 흥미로웠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베테랑2' 스틸컷. CJ ENM 제공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란

 
▷ 인터뷰에서 황정민이 '사과할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어른'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어른'이란 어떤 어른인가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전편보다 '베테랑2'가 깊이를 더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류승완> 사실 서도철이 해치를 잡는 것도, 액션도 중요했지만,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서도철의 포인트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치가 서도철을 거의 죽일 듯 밀어붙이다가 서도철이 극적으로 반전해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남성의 부위를 가격할 때다. 해치가 뭔가를 작용시키고 빠져나간다. 그때 서도철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었다. 직업적으로 혹은 분노의 감정을 유지해서 해치를 쫓아가는 방법, 그 순간 위기에 처한 한 생명으로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빠져나가는 방법.
 
그런데 서도철은 세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자기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하지만 꼴도 보기 싫은 인간을 감싼다. 그게 서도철이라 봤다. 이게 다른 액션 영화와 차별화할 수 있는' 베테랑2'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두 번째는 서도철이 해치를 살리기 위해 심폐 소생한다. 난 그게 서도철이라고 봤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맨 마지막에 서도철이 집으로 돌아와서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라며 자기반성을 한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어른은 얼마나 귀한가.
 
그리고 난 서도철 부부가 존경스러운 게 안방을 피해자의 두 딸에게 내어주고 거실에서 잔다. 우리가 저 정도의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고 살면 사회 정의가 큰 게 아닌데…. 그게 되게 중요했다. 꼰대의 마인드일 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어쩌면 그 장면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달려간 영화였다.
 
▷ 확실히 이렇게 사회적인 주제까지 안고 가야 하다 보니 2편은 1편보다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류승완> 물론 1편이 왜 성공했는지도 알고, 대중의 기대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반복한다고 해서 대중이 그만큼 좋아해 줄까? 그건 그거대로 너무 게으른 선택 아닐까?
 
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도 어떤 챔피언이 챔피언을 유지하기 위해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건 재미 없다. 벨트를 갖고도 한 체급을 올려서 도전한다거나 전혀 엉뚱한 상대와 대결할 때, 링에서 쓰러질 수 있는, 실패할 확률이 있더라도 그 도전이 난 스스로도 더 긴장시킨다고 본다.
 
그리고 관객을 믿는 구석도 있었다. 9년이란 시간을 각자 입장에서 살아가며, 그냥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을 것이다. 2030대 새로운 관객은 이 영화만의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믿음을 갖고 갔다.
 
난 기본적으로 '베테랑2'는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느끼고, 체험하고, 극장을 나서서 생각해 보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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