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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백령 대형여객선 도입" 가짜 현수막에 갈라진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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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백령도 여객선 투입 약속 지켜라" 항의 시위
"배준영 의원·문경복 옹진군수는 백령·대청 주민 우롱하지 말라" 현수막
"3천톤급 중고선 투입이 최적" 연구결과 무시한 옹진군
인천~백령 대형여객선 도입 '5년째 표류'…예견된 일
가짜 현수막에 폭발한 불만…책임 소재 다른 이유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연합뉴스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운항을 멈춘 인천~대청·백령도 대형여객선의 도입이 수차례 미뤄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백령도 주민들이 분열하는 모습이다.
 

"인천시장, 백령도 여객선 투입 약속 지켜라" 항의 시위

5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옹진군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은 수년째 미뤄지고 있는 인천~대청·백령도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이 미뤄지는 것에 인천시와 옹진군,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실에 잇따라 항의하고 있다.
 
백령·대청도 주민들의 여론은 크게 인천시 책임론과 배 의원·옹진군 책임론으로 갈라진 형국이다. 다만 이들 모두 관할자치단체인 옹진군에 대한 불만과 불신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입장이다.
 
지난 2일에는 대청·백령 주민들이 인천시청 앞에 모여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항과 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대형여객선을 투입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한 것을 지켜라"는 내용의 펫말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유 시장이 올해 초 백령도를 방문했을 때 옹진군이 추진하는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이 무산되면 인천시가 직접 나서서 여객선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대형여객선 도입 관련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백령도 주민 제공지난 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대형여객선 도입 관련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백령도 주민 제공

"배준영 의원·문경복 옹진군수는 백령·대청 주민 우롱하지 말라" 현수막

그러나 하루 뒤인 3일에는 백령도에 "백령-인천 항로 대형여객선 도입 또 백지화, 국회의원 배준영·옹진군수 문경복은 더 이상 백령·대청도 주민을 우롱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섬 곳곳에 부착됐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달 25일 배준영 의원실은 인천항 여객선터미널 인근에 "대형여객선 2027년 상반기 백령항로 취항 확정"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옹진군은 올해 7월 인천~대청·백령 항로 대형여객선 도입 관련 사업자인 선사 ㈜한솔해운이 지난달 19일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7월 한솔해운은 2027년 상반기까지 2천톤 이상 대형 차도선을 건조해 항로에 투입하고, 옹진군은 20년간 운항 결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협약 체결 두 달 만에 한솔해운이 사업 포기 의사를 전달하면서 대형 여객선 도입 사업도 백지화됐다. 같은 사안을 두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정반대의 소식을 전한 셈이다.
 
백령도에 배 의원과 문 군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현수막 게재를 추진한 김필우(75·전 인천시의원)씨는 "배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면서 그동안 서해 최북단인 서해5도에 대해 안보적 특수성보다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대형여객선뿐만 서해5도 관련 공약들도 대부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면서 자신의 공치사만 서두르다가 잘못된 현수막까지 부착하는 데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옹진군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데도 사과조차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 인근에 부착된 현수막 모습. 백령도 주민 제공지난 3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 인근에 부착된 현수막 모습. 백령도 주민 제공

"3천톤급 중고선 투입이 최적" 연구결과 무시한 옹진군

인천과 대청·백령도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의 공백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 항로의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인천항~백령 간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은 2010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이 항로에는 정원 300명을 태울 수 있는 350톤급 선박 3척이 운항됐다. 이 여객선들은 크기가 작아 풍랑주의보 등 기상악화로 인한 연평균 결항이 79일에 달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이에 인천시와 옹진군은 3천톤급과 300톤급 여객선 각 1척씩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는 당시 인천시가 인천연구원(당시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백령도 운항 대형 여객선 도입 관련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천연구원은 2012년부터 대형 선박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8개의 시나리오를 검증한 결과 3천톤급 중고 대형선 1척 또는 3천톤급 중고선과 소형선을 투입할 경우 운영 초기부터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인천연구원은 백령도에 대형선 한 척과 소형선 한 척을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신조선(단가 350억원)을 투자할 경우에는 순현재가치법(NPV) 분석에 의해 103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중고선(단가 150억원)은 운영 초기부터 148억원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향후 10년 간(2012~2021년)의 여객·물동량 추정치와 선박 구입비용 등도 염두에 두고 나온 결과다. 여기에 보태 당시 조윤길 옹진군수는 "인천시는 해상교통에 대한 담당부서를 신설하는 등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인천시는 2016년 섬과 육지간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지역 해상교통 접근성 향상 방안 연구용역'을 인천연구원에 발주했다. 이 연구용역에서는 도서지역 접안 인프라 개선, 도서간 순환선 도입, 연안여객 공영제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옹진군도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는 이 연구용역 결과들을 토대로 이번 인천~백령 항로 대체선 투입 기조를 공영제 형태의 3천톤급 이상 중고선 도입을 추진하려했다. 그러나 2019년 옹진군이 입장을 돌연 바꾸면서 무산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인천항과 백령도를 오갔던 차도선 하모니플라워호. 연합뉴스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인천항과 백령도를 오갔던 차도선 하모니플라워호. 연합뉴스

인천~백령 대형여객선 도입 '5년째 표류'…예견된 일

옹진군은 2019년부터 대체여객선 투입을 준비하면서 조례를 개정해 2천톤급 이상 규모의 여객선을 새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최근까지 9차례에 걸쳐 새 선박을 만들 선사를 모집한다고 공고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올해 들어서는 중고선으로 운항하는 업체도 모집했지만 지원업체가 없었다. 중고선박을 매입할 시기마저 놓친 것이다.
 
당시 대청·백령도 주민들도 옹진군의 바뀐 정책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2021년 5월에는 지역주민과 출향민 등 5244명의 서명을 담아 △3천톤급 여객선의 조기 투입 △여객선준공영제 운영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옹진군은 오히려 대형여객선 공백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옹진군은 2021년 7월 19일 설명자료를 내 "신규 건조 사업자 선정이 무산돼도 이를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고, 대형여객선 운항 공백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옹진군은 "대형여객선 신규 건조 불발에 따른 다른 대안은 없다"며 사실상 신규 선박을 건조한 사업자를 모집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안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수익창출이 어려워 신규 선박을 투입할 수 없는 항로라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옹진군이 신규 선박 투입을 추진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인천~백령 항로에 대형여객선을 투입하지 못한 건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실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부착한 현수막. 독자 제공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실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부착한 현수막. 독자 제공 

가짜 현수막에 폭발한 불만…책임 소재 다른 이유는?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배준영 의원이 인천항에 내건 '가짜 현수막'은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미 선사가 지난달 19일에 옹진군에 협약 취소 입장을 전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일주일 뒤 정반대 사실을 고지하면서 "지역 숙원사업을 제대로 챙기기는커녕 공치사만 하려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은 옹진군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의원실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한 사안"이라며 "적어도 현수막을 내걸 때까지는 선사와 옹진군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주민들이 각기 다른 기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쪽은 "인천시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다른 한쪽은 "옹진군과 배 의원이 주민을 우롱한다"는 입장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령도 주민은 "차도선을 제때 투입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건 결국 주민들 뿐"이라며 "인천시든 옹진군이든, 지역구 국회의원이든 남북간 대치 상황 등으로 생계에 많은 지장을 받는 서해5도 주민들을 위한 최선을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옹진군은 대형여객선 도입사업이 또디사 불발되자 인천시에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신규 선박을 자체 건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천시는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데 5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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