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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온전한 '나'로 존중받는 스웨덴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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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 품은 목소리㉔]
서인희, 주 스웨덴 한국문화원 총괄팀장

서인희씨 가족서인희씨 가족아침 알람에 일어나 주방으로 가면 남편과 아이가 사이좋게 토스트를 나눠먹고 있는 풍경이 보인다. 아침 인사를 나누고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아이는 어느새 아빠손에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있다. 남편에게 아이를 넘겨받고 집을 나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킨다. 어린이집 친구들도 각자 엄마 혹은 아빠와 인사를 나누고 교실로 들어간다. 출근해서 여느 직장인과 다름 없는 일과를 보내는 사이 남편은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해서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저녁거리 장을 본다. 5시에 퇴근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과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평일 우리집의 풍경이다. 그리고 이는 스웨덴에 아이를 둔 다른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저출산이 최대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스웨덴에서는 여성 한 명 당 평균 1.45명(2023년 기준, 스웨덴 통계청)의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스웨덴에서 경험한 그것은 내가 한국에서 평생을 들어오고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과는 매우 달랐다. 무엇보다도 '엄마'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달랐다.

스웨덴에 '독박육아'가 없는 이유

현실적으로 여성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임출육(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스웨덴의 관련 제도들은 여성들이 출산을 하고 충분한 시간동안 몸을 회복하고, 자녀를 육아를 한 후 자연스럽게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 휴직 후 직장 내 나의 자리가 없어진다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오히려 육아휴직중인 직원이 복직하지 않고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까 걱정하는 고용주들도 있다고 한다.

여성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육아의 바통은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넘어간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엄마'를 대하는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빠' 역시 육아휴직을 하며 충분한 시간 동안 아이와 교감하고 육아에 익숙해진다. '독박육아'라는 표현이 스웨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다. 아빠들은 엄마들만큼이나 가사와 육아에 능숙하고, 이는 여성과 남성이 사회에서 동등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며,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을 줄여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레이블링과도 연결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여성들에게 으레 붙는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스웨덴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부모가 일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고,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여성은 단지 어머니나 아내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서 존중받는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며, 아이와 남편은 나의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분인 것이다.

서인희씨 가족서인희씨 가족생명을 낳아 기르는 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일이며, 이를 단순히 통계로만 분석하거나 결론 내릴 수 없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거나, 출산으로 인해 한 개인의 정체성이 지워지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는 결국 누구도 행복할 수 없으며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서 생명의 탄생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완벽하게 개인의 선택이 된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할 때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이 약화되거나 상실되지 않고, 오히려 삶의 모습을 풍요롭게 해주며 또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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