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에 임명된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저출생대응수석에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를 임명하면서 대통령실 내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조직이 새롭게 출범했다. '40대 워킹맘'인 유 수석은 거시경제 전문가이자 인구구조 변화 연구를 지속해온 만큼 단기 대책 뿐만 아니라 거시적 관점의 정책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수석실은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직접 호흡을 맞출 인구전략기획부가 아직 신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정부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 및 시너지 효과 확보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여러 부처와 소통과 조율에 힘쓰겠다"
연합뉴스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은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정무직 인선 발표에 참석해 "인구 구조의 변화는 경제성장, 재정, 고용, 교육, 복지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이 큰 만큼 여러 부처와의 소통과 조율에 적극 애쓰겠다"며 "대통령을 보좌해 대한민국의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출생수석실 설치는 지난 5월 13일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저출생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대통령실 내 전담 수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저출생 관련 업무는 사회수석실에서 담당해왔는데 의료개혁 등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저출생 대응 기능과 인력, 예산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에 흩어져 있는 상태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조율하고 통합적으로 저출생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구정책 사령탑 역할을 해 온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자문기구이자 정책결정권 등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저출생수석실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가교 역할을 맡고 정책 조율 및 관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에 나눠져 있는 저출생 기능들을 모아서 포괄적으로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출범했기 때문에 세팅 단계지만 저출생 관련 업무 영역에 경계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77년생으로 올해 47세인 유 수석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에 유일한 여성이자 최연소 수석이기도 하다. 그만큼 참신한 시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0대 워킹맘이라는 상징성과 거시 경제, 인구 구조 연구 전문성이 인선에 중요하게 고려됐다"라고 밝혔다.
유 수석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유학길에 올라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조교수를 역임했다.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배우자는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공동 육아를 하는 부부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유 수석은 △인적자본과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결혼과 일하는 배우자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 △교육의 질적 향상이나 그에 따른 노동 구성의 변화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맞벌이 가구의 육아시간 배분 △개인과 가정의 경제적·비경제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택시장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만큼 다각도에서 저출생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위 위원장을 맡아 인구변화 속에서 포용금융을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언론 기고에서는 "저출생 관련 사업이 대체로 출산 및 영유아 돌봄 비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막대한 교육비 지출이나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손실 등 출산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녀가 있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고 육아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게 생산가능인구 급감을 막고 출산율을 제고하는 방안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 수석은 "저출생이라는 것이 단순히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문제"라며 "거시적인 입장에서 여러 가지 사안들을 다 통틀어서 볼 수 있는 그런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제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호흡 맞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은 아직…정책 '시너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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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대응수석과 함께 일할 비서관으로, 인구기획비서관에는 예산·재정 전문가인 기재부 출신의 최한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을, 저출생대응비서관에는 인구·복지 정책 전문가로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을 지낸 최종균 질병청 차장이 임명됐다. 관료 출신을 배치하면서 안정성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2비서관 체제지만 출범 이후 업무 확장이 필요하면 3비서관 체제로 갈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저출생수석실과 호흡을 맞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비하는 부처를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인구전략기획부가 만들어지면 인구 분야 최상위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저출생 사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도 전담 부처 신설에 공감하지만 여야 간 대립 구도가 심해지면서 법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까지 저출생수석실의 컨트롤타워 역할 및 정책 시너지 효과 확보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진행과 관련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정부 중점 법안 중에 인구전략부 신설 등 저출생 관련 법안도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고려해야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