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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인구 비상사태'인데…육아휴직 의무화 대책 빠진 이유는?[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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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육아휴직 도입·月급여상한 인상 등 '일·가정 양립'에 초점 맞췄지만…
노동현장서 꾸준히 요구하는 휴직 의무화, 특고노동자 등 적용대책은 빠져
"육휴 시 중소기업 대체인력 채용지원 등 신규마련…부족한 점은 추후 보완"
"신생아 특례대출, 출산가구 한해 3년 한시지원…부동산 시장 영향 크지않을 것"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당일 위원장으로서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본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고대 그리스 시대 강력한 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를 언급하며 "최강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멸망의 길에 접어든 결정적 원인은 인구 감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 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저고위가 내놓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자료 곳곳엔 어느덧 국가 존립을 위협 중인 인구문제에 대한 정부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정부에 따르면, 9년 전 1.24명이었던 국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기준 0.72명으로 급격하게 꺾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부동의 꼴찌로, 뒤에서 두 번째인 스페인(1.19명)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2020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연간 태어나는 아이가 23만 명에 불과한 현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가 연쇄적인 비상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자가진단이다.
 
생산연령인구는 50년 후 3674만 명에서 1658만 명으로 '반토막' 나고, 이르면 2040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든다. 2072년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고, 교육인프라는 학령인구 감소로 붕괴가 유력하다. 20여 년 뒤엔 분단국가로 유지해온 상비병력(현 50만)도 와해될 처지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0~4세 인구(165만)는 이미 북한의 동(同)연령 인구(170만)에 밀렸는데,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전체 시·군·구의 52%(228곳 중 118곳)는 소멸위험 지역이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분야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연 1회 2주 단위의 단기휴직 도입과 함께 현행 월 150만원인 육아휴직 월 급여(통상임금의 80%) 상한을 첫 3개월간 250만원으로 올려 휴직기간 '소득 절벽'을 완화하기로 했다. 경력단절을 줄일 육아기 단축근로제는 자녀 대상연령을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하고, 최대 사용기간도 24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린다.
 
'눈치 보지 않는' 휴직·휴가 사용을 위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의 통합신청도 가능토록 개선하기로 했다. 14일 이내 사업주가 서면으로 허용하지 않으면 신청 내용이 그대로 승인된다.
 
다만, 제도는 잘 갖춰져 있어도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쓰기는 힘든 육아휴직 등의 사용률을 제고할 '법적 강제화' 카드는 빠졌다. 육아지원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나 자영업자 등은 여전히 수혜대상이 아니란 한계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저출생 정책 전환의 시작점"이자 '반전의 모멘텀' 마련을 위한 출발점이란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 참석한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 관계부처와의 일문일답(Q&A)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앞서 센터 내 직장 어린이집 복도를 지나며 원아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앞서 센터 내 직장 어린이집 복도를 지나며 원아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Q. 대책이 시행되면 육아휴직기 소득대체율이 약 39%에서 일본과 비슷한 60%로 올라갈 듯하다. 하지만 월 급여상한이 최대 250만원이면, 아직도 굳이 휴직을 할 유인은 못 되는 것 같은데.
A: 저희가 타깃팅한 대상은 주로 도시, 중소기업의 근로자다. 이를 토대로 약 268만원의 데이터가 나왔고, 지금 80%인 통상임금 대비 상한을 100%로 해드리기로 한 것이다. 육아휴직을 많이 하고, 수요가 많은 기관 중심으로 올렸다.
 
사실 마음 같아선 조금 더 올리고 싶었지만 아시다시피 재정 여건도 저희가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개선해 나갈 필요는 있다고 본다.
 
Q. 일·가정 양립 대책을 보면, 전반적으로 현 육아휴직, 돌봄제도들을 확대하고 사용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직장 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의무화를 해달란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데.
A: 저희가 가장 고민했던 대목 중 하나가 '눈치 보지 않고' (휴직 등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뭘까였다. 중소기업은 돈이 없어서 대체인력 고용상 문제가 있다 보니, 못하는 그 이유들을 점검했다. 그간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채용) 지원금은 없었지만 이번에 40% 가까이 정부가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위반사례 점검 등 근로감독을 굉장히 강화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눈치를 안 볼 수 있도록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통합 신청하도록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 경제단체와의 협의체를 통해 '6~7년이 지나면 인력부족 시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 젊은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육아친화적인 기업문화, 노무관리가 돼야 한다.
 
Q. 신설된 단기 육아휴직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대책이고, 빠르면 언제쯤 시행되나.
A: 정책수요자들이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를 많이 표현한 부분이다. 특히 어린이집이 휴원을 한다든가 유치원이 방학 중 문을 닫았을 때, 초등학생 학기 초 면담이나 애가 갑자기 아플 때 등 휴가를 쓰기엔 기간이 모자라고, 육아휴직을 하려니 최소 한 달 이상인데 그럴 필요까진 없는 상황들이다.
 
현장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가장 많이 쓰는 연령대 등을 찾아보려 한다. 아마 0~2세, 7~8세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안은 하반기 중 최대한 조속히 만들겠다.
 
Q. 최근 신생아 특례대출이 전세가 상승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부동산 시장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A: 신생아 특례대출 관련 소득요건을 2억 5천만원까지 완화하기로 한 것은 우리 젊은 세대들이 '주거 안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을 많이 하더라도, 경제난으로 인해 구입, 전세 얻기가 힘든 가정도 많다.
 
신생아 특례대출 확대는 '출산 가구'에 국한해 3년간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이로 인한 전세·매매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HD현대 직장 어린이집 프로그램 참관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HD현대 직장 어린이집 프로그램 참관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Q. 인구정책평가센터를 통해 기존 저출산 정책(사업)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관련 평가기준이 있을까. 
A: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분야가 양육이기 때문에 1차로 현금 지원을 포함한 양육예산에 대해 심층평가를 의뢰했다. 지자체에서도 국가의 지원정책을 벤치마킹해 지원하는 것들이 많은데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 현금 지원일 것 같다. 하반기엔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사업에 대해 평가해 나갈 것이다.
 
물론 (정책의 실효성) 평가가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떤 대책이 이행됐는지 '인풋'(input) 측면의 평가를 많이 했다. 이번에는 가령 육아휴직 급여상한 인상 시 남성의 육아휴직률이 실제로 올라갔는지가 1차적 성과 지표가 될 것이다.
 
Q. 대도시의 인구집중 완화가 출산율 제고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반면 그간 저출산 대응 관점으로 고려되진 않았다. 이번 대책에도 이 부분은 없는데.
A: 수도권 과밀화 관련 문제는 가급적 연내에 인구비상대책회의를 통해 논의해보려 한다. 물론 대책도 같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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