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가운데 경기 용인에서는 한 개발업체가 신탁사에 소유권이 넘어간 부동산을 불법 거래하는 신탁 사기를 벌여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공매에 넘어가면서 피해자들은 돈 한 푼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분양 전세 사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습니다.
일부 입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한 건데
이들은 지난해 거주하는 아파트가 공매로 넘어갈 예정이니 집을 비우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부동산 신탁사기 피해자 A씨: 2020년부터 3년 간 거주하던 집에 공매가 떠서 너무 놀랬다. 이렇게 공매가 뜨면 저희는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냥 쫓겨나는 거다.]
전체 550여 세대 중 150여 세대가 신탁 물건이었고 이 가운데 60여 세대가 공매에 들어갔습니다.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부동산 개발업체가 돈을 갚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계약을 맺던 시점이 신탁사로 부동산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였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소유권자인 신탁회사의 동의가 있어야 부동산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개발업체가 신탁회사의 동의도 없이 불법 계약을 맺으면서 피해를 키웠습니다.
임차인에게 생소한 담보신탁 제도를 악용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베란다에 분양사기, 전세사기 철저수사를 요청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박철웅 PD[부동산 신탁사기 피해자 A씨: 2019년도 입주를 다 못한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분양하겠다고 제의가 왔다. 싸게 넓은 집에서 노후도 보내고 싶고 아이도 있고 하니 여기 들어왔다가 사기를 당한 거다. 신탁이라는 건 잘 모른다.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소유권을 해주기로 했는데 소유권이 안 되면 먼저 입주라도 시켜준다고 자꾸 현혹을 시키고 종용한 거다. ]
[부동산 신탁사기 피해자 B씨: 죽고 싶다.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태다. 부부싸움에 이혼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돌아가신 분들도 나오는 판국이다. 내 집 마련하겠다고 전 재산을 넣으신 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저희는 돈을 내고 들어온 사람인데 집은 없어지고 신탁사에선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우리를 불법으로 문을 따고 들어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금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있는 상태다. ]
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자만 400여 명,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신탁사기 피해자는 집주인인 신탁사와 계약을 맺지 않아 임차인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 등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은 공매 절차가 잠시 중단됐지만 언제든 재개될 수 있어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남종섭 의원/용인3: 159채가 넘는 가구들이 전세, 신탁사기에 걸려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신탁사에서 명도소송 등을 내게 되면 부동산 신탁사기 피해자들은 쫓겨나게 돼 있는 상황이다. 지금 집에서 쫓겨나면 피해자들은 갈 곳이 없다. 이 신탁 사기 문제가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명도 소송을 유예해줬으면 좋겠다고 경기도의회에서 신탁사에 공문을 보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 사기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전세사기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 이번에 법안이 제출된 게 신탁사기에 관한 내용도 일부 들어가 있다. 신탁사기에 대한 법안이 들어가 있어도 세세하게 구제책이 담기지는 못했다. 법률적으로 등기부등본상 신탁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나올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부동산 사기의 형태와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