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플레트네프 "전쟁은 범죄, 악순환 끊으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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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 내한공연

6월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타카세키 켄 지휘·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연주

러시아의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러시아의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러시아의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67)가 오는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27일은 협주곡 1·2번, 28일은 협주곡 3·4번을 들려준다.

플레트네프는 1978년 제6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지휘자, 작곡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레퍼토리에 강점을 지닌 그는 특히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가장 이상적 연주자"로 꼽힌다.

플레트네프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인물을 정의하긴 쉽지 않다. 그는 피아니스트도, 지휘자도, 작곡가도 아닌 그저 라흐마니노프의 영혼 그 자체"라며 "그를 단지 위대한 피아니스트라고 말하기엔 충분치 않다. 제게 라흐마니노프는 음악 그 자체"라고 답변했다.

그는 스스로 "라흐마니노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하는 모든 음표는 훌륭해요. 어떤 곡이든 그 누구보다 잘 연주하죠. 어릴 적 라흐마니노프를 녹음할 때면 그것이 큰 도전처럼 느껴졌지만 그를 휼내내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젠 알아요. 그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할 뿐이죠."

러시아의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러시아의 음악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플레트네프는 1990년 러시아 최초의 민간 오케스트라인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이하 RNO)를 창단해 30년간 이끌었다. 2022년에는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이하 RIO) 창단을 주도했다. 동유럽과 서유럽 음악가들이 모인 RIO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과 교향곡 전곡 앨범을 발매했다.

"'120명의 내 아이들'이라고 말했을 만큼 RNO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는 그는 이후 결성한 RIO에 대해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분열을 메우고 평화를 고취하는데 헌신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누가 시작했고, 누가 옳고 그른 지를 떠나 범죄예요. 복수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하는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죠.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음악이에요. 그래서 저는 계속 음악을 할 뿐입니다."  

공연에서 연주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플레트네프는 "제가 잘 이해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정도를 제외한 현대음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현대음악 악보는 실험적이고 계산적인 측면이 많아 저는 작품에 감동을 받기 어렵다"면서도 "우리가 수 세기 전 고대 비극을 즐기는 것처럼 지금의 현대음악을 미래의 사람들은 즐기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있다 보면 연주하고 싶지 않은 작품을 강요당할 때가 있다. 그런 교향곡으로 투어를 돌며 20번씩 연주하는 상황은 정말 끔찍하다"며 "하지만 이젠 제가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지휘자, 작곡가, 피아니스트 3가지 역할 모두 충실히 해낼 생각이다. 그는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같은 음악가도 작곡가, 피아니스트, 지휘자 3가지 일을 겸했다"며 "오랫동안 서 있기 힘들다면 피아노를 연주하고, 앉아 있는 것이 더 힘들다면 지휘대에 서겠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천재적인 암보력으로 유명했다. 스승 타네예프의 집에서 난해하기로 손꼽히는 글라주노프가 새로 작곡한 교향곡 1악장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연주했다는 일화가 있다. 플레트네프는 "저도 어릴 적엔 악보를 외우는데 자신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30분이면 했던 일이 이젠 6개월 걸린다"고 했다.

무대에 오를 때는 어떤 마음가짐일까.

"저는 청중을 위해 연주하지 않아요. 스스로를 위해 연주하고 제 모든 힘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음악과 함께 하죠. 관객들은 그런 저를 지켜보면 됩니다. 더 집중해서 볼수록 저 역시 집중도가 높아져요."

그러면서 "간혹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있는데 아예 (공연장에) 오지 않거나 박수를 치지 않는 것보다 낫다"며 "예전에는 공연이 마음에 들면 재공연을 요청하는 관객도 있었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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