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직구 금지'를 발표했다 철회하는 과정에서 민간 영리기관도 KC 인증이 가능하게 한 개정안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개정안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하 전안법 개정안)으로 안전 인증기관의 지정기준에서 '비영리'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인증기관의 지정기준에서 '비영리' 요건이 삭제된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캡처
KC 안전 인증은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을 대상으로 생산 공장과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심사·시험 후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KC 인증을 위한 시험 시행 및 발급은 KTC, KTL, KTR 총 3개의 공공기관만 가능한데, 민간기관들도 이 공공기관들과 계약을 체결하면 비영리 업체에 한해 인증 시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돼왔다.
정부는 이번 전안법 개정안을 통해 안전 인증기관을 비영리 기관에서 영리 기관까지 확대한다. 국무조정실은 "인증 서비스 개선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차원"이라 취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국가 인증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검증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누리꾼들은 "민간 영리업체가 국가 인증을 담당하는 게 말이 되나", "그냥 인증서 장사한다는 것 아닌가"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급자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해 신고하면 허가해주는 절차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5월 KC 인증 시험기관에 추가 지정된 한 대기업 계열 A사는 누전차단기 등 전력 기기를 제조하는 업체임과 동시에 시험소로 기능한다. 업체 측은 "(저희가 만든 제품에 대해)자체적으로 시험한 결과를 인정해주고 있고, 이후 레포트를 KTC에 제출하면 인증마크를 최종 정리(발급)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민간 영리업체의 '셀프 시험'에서 더 나아가 '셀프 인증'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다만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A사 측은 "(인증 권한이) 영리 기업까지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우리같은) 제조업체까지는 안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내용의 전안법 개정안은 지난 2월 24일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정부 관계자를 향한 살해 협박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한편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해외직구 규제 방침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살해 예고 글까지 등장하는 등 강한 반발을 샀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다.
국무조정실이 19일 사실상 철회 방침을 밝히며 진화에 나선 데 이어 대통령실은 20일 "(해당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구매에 애쓰는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히며 "KC 인증 도입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사과했다.